고향의 향기가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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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향기가 ‘솔솔’
  • 구재기 시인
  • 승인 2006.11.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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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4. 충남 서천군
▲ 당나라 소정방이 군사를 이끌고 들어와 하룻밤 사이에 방이 천 칸이나 되는 절을 지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천방산의 풍광은 자못 빼어난 절경이다.
고향 충남 서천을 떠올리니 먼저 금강(錦江)의 하구언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6번째로 긴 강으로, 남한에서는 한강·낙동강에 이어 3번째로 긴 강이다. 발원지인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神舞山:897m) 북동쪽 계곡으로부터 서천의 하구까지 장장 407.5㎞, 금강 하구둑까지는 397.25㎞요, 유역면적은 9,885㎢이다.

금강 하구언에 흔들리면서‘생각하는 갈대’가 온통 숲을 이룬다.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이 그것이다.

비무장지대의 공동경비구역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JSA(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여 가족과 연인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연중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갈대의 아름다움이 출렁이는 곳이다. 폭 200미터, 길이 1Km, 면적이 무려 6만여 평에 이르거니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갈대7선’으로 꼽히고 있으며, 각종 교육기관의 자연학습장으로, 전국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 옛날 신성리 주민들이 생계를 위하여 갈대를 꺾거나 게를 잡으러 들어가면 나올 때 나올 곳을 몰라 헤매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갈대를 꺾어 빗자루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면 ‘갈비’라 불리우는 신성리 특산품이기도 했다 하니 이는 갈꽃이 쇠기 전에 꺾어 삶아 만들어 10년을 넘겨썼던 우수한 제품이었다 한다.

갈대숲을 살짝 보듬어 흐르다 보면 금강 하구언이다. 그 웅장한 모습과 호수같이 드넓은 금강 하구의 장엄한 풍경이 있어 서천을 찾는 관광객의 그치지 않는 발걸음 앞에 철새들의 대형 오케스트라 연주와 군무가 펼쳐진다. 현재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를 잇는 교량 역할도 겸하고 있는 금강하구둑은 농어촌진흥공사가 8년 동안 1천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1990년도에 완공하였으며 1억3,000만 톤의 담수량을 가진 1,840m의 제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이 장관을 어디에다 견주어보랴! 

하구둑에서 몸을 틀어 길산천(吉山川)을 거슬러 내륙으로 올라가다 이르고 보면 바로 천방산(千房山)이다.

당나라 소정방이 군사를 이끌고 들어와 하룻밤 사이에 방이 천 칸이나 되는 절을 지었다는 천방산은 서천군 판교면, 문산면, 시초면 등 3개면에 걸칠 만큼 산자락이 넓고 큰 서천 제일의 산이다. 산이 험하거나 거칠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다정함을 느끼게 하는 영산(靈山)이어니, 이 봉우리에서 바라본 서편의 너른 바다는 무한으로 벋어가는 소년의 가슴이었으며, 이곳에서 보이는 장항제련소의 높은 굴뚝은 어린 소년의 꿈이었다.

그렇다. 바로 저 산 아래 멀리로 보이는 곳 서해의 한 언저리에서는 지금 동백꽃이 붉은 봉오리를 터뜨리려 준비하고 있을 게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숲이 있다. 바로 <마량리 동백 숲>이다. 서해바다와 이마를 맞댄 동백숲 속으로 들어가는 데는 초등학생도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동백의 푸르고 견고한 잎과 가지가 무성하다.  허리를 깊이 이고 들어선 오백년 동백나무 숲은 500년의 세월 동안 온 세상을 어루만져온 가지가 굵고 부챗살처럼 넓게 퍼져 있다. 서해의 세찬 겨울 풍파를 견디며 3월부터 4월까지 유난히 붉은 꽃을 피웠다가 어느덧 후두둑후두둑 통째로 떨어지고 있어 애잔한 마음을 쓸어 담다가도, 동백정(冬柏亭)에 올라 서해바다를 바라보면 아름다운 오력도와 그 앞을 오가는 낚싯배와 고깃배가 어우러진 평온한 풍경에 마음을 달래게 된다.

▲ 동백정(冬栢亭) 주변으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숲이 있다.
본래 동백정 밑으로는 은빛 백사장과 웅장하게 펼쳐진 기암괴석과 푸른 파도 사이에서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우는 모습이 한껏 멋을 부리고 있었으나 지금은 육중한 서해화력 발전소가 육중한 몸으로 용트림하는 위압에 눌려 나그네의 가슴까지도 옹크리게 한다.

동백정에서 고개 하나를 살짝 넘으면 우리나라 최초로 성경이 전래된 서천군 서면 마량리 마량포구에 이른다. 마량포구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초 성경 전래 및 구한말 우리나라로 건너와 배재학당을 세우고 성경 한국어 번역사업과 선교활동을 펼치는 등 교육과 선교를 통해 근대화에 기여한 인물인 아펜젤러 선교사가 1902년 목포에서 열린 성서번역 출판위원회에 참석하려고 인천을 출발, 목포로 가던 중 그해 6월11일 서면 마량리 48㎞ 전방에 위치한 어청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충돌로 순직한 곳이기도 하니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뜻 깊은 곳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역사적인 포구를 옹위라도 하려는 것일까? 묵묵히 포구를 바라보고 있는 동산마루에 의연하게 선 건물이 있으니 <서천해양박물관>이다.

세계적인 희귀 어종과 현존 어종 등 15만여 점에 달하는 바다동물을 전시한 서해안 최대의 해양박물관으로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어린이들에게 신비한 바닷속 해양생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환상적인 해돋이와 해넘이,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포구 풍경 등 푸짐한 자연의 숨결로부터 서해안만의 매력을 함께 느끼도록 하는 전망대가 박물관 2층에 설치되어 있다.

<서천해양박물관>을 빠져나와 몇 발자국 뛰어넘으면 춘장대해수욕장과 부사방조제가 있다. 푸르른 해송과 어우러진 9만여 평의 부지에 조성된 춘장대해수욕장은 서해안의 새로운 해양휴양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으며, 3km에 달하는 부사방조제는 바다와 민물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완만한 타원형의 곡선을 이루고 있다. 푸르른 서해의 물결이 잡힐 듯 말 듯 몰려왔다 밀려가면서 흰 포말을 내뿜는가 하면, 이내 고운 찰모래의 품속으로 사라지면서 비릿한 바다 내음을 펼치는 백사장이 활처럼 곱게 휘어진 허리를 뒤틀어 나그네의 모든 시선을 앗는 것이 바로 이곳이다.

서해바닷가를 벗어나 동으로 향하여 달리다 보면 <문헌서원>이 앞을 막는다.

1984년 5월 17일 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125호로 지정된 문헌서원 일원은 서원 내의 건물인 3칸의 사우(祠宇), 이색선생 문집 목판각 등이 잘 보존된 창고가 있으며, 2층 누각으로 된 6칸의 강당, 3칸의 목은영당, 목은선생 신도비, 이종덕 효행비각 등이 있다.  

▲ 동으로 달리다 보면 만나는 문헌서원의 <목은이색상>.
은영당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약 100m 정도 가면 기린산(麒麟山) 중턱으로 목은 이색의 묘가 나온다. 묘 자리는 무학대사가 정한 곳이라 한다. 무덤 앞에는 망주석과 문인상, 마상(馬像)이 각각 2기씩 양쪽에 늘어서 있고 오른쪽에 ‘목은선생 이색지묘(木隱先生 李穡之墓)’라고 새겨진 비석이 서있다. 문헌서원내의 이색영당 후면에는 아름드리 백일홍이 만개하는 8월에는 그 붉은 기운을 부채살처럼 지붕위로 펼쳐 전통건축미와 자연미의 조화를 이루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경관과 함께 수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문헌서원>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바로 <한산모시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한산모시는 백제시대 한 노인의 현몽으로 건지산 기슭에서 모시풀을 발견한 이래 천여 년 동안 나라의 진상품으로 이어져 온 서천군의 명물이다. 모시는 백옥같이 희고 우아하며, 잠자리 날개처럼 섬세하고 가늘어 여름철 옷감으로는 으뜸인 바 삼국시대부터 최고의 명성을 누려온 전통 직조기술로 생산하는 자연섬유이며 한산면 일대에는 질 좋은 모시가 많이 생산되어 그 생산소득이 미곡 생산소득의 17%에 해당할 만큼 서천지역 경제에 기여도가 매우 높다.

<한산모시박물관>은 우수한 한산모시를 체험할 수 있도록 1993년 8월 개관했는데, 이곳에 한산모시를 처음 생산했던 건지산 기슭에 모시각, 전통공방, 전수교육관, 한산소곡주 제조장, 토속관 등의 시설을 갖춘 8만 5,000㎡ 규모이다.

전수교육관내 전시실에는 모시의 역사를 전해 주는 고증 서적과 베틀, 모시길쌈 도구, 모시 제품 등이 전시되어 있고, 전통공방에서는 모시풀 재배에서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등의 공정을 재연한다. 또한 전시된 250여 점의 향토문화자료가 조상들의 옛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지금 서천군에서는 군을 둘러싼 환경변화, 지역여건 등을 종합하여 전군민이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비젼과 과제 등이 포함된 미(美)ㆍ감(感)ㆍ쾌(快)ㆍ청(靑)의 <어메니티 서천(Amenity Seocheon)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장항권역(장항읍과 마서면 일원), 해안권역(비인면과 서면·마서면 일부), 내륙권역(한산 지역 중심)으로 3대 권역을 설정하여 쾌적한 환경과 풍요로운 삶 등을 지향하는 목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금강하구둑, 봉선저수지, 춘장대해수욕장, 장항산림욕장, 동백정, 홍원항, 희리산, 마량포구, 천방산, 홍림저수지 등을 <서천군청정구역 10선>으로 육성 보호하고 있으며, 마량리 동백숲과 해돋이, 금강하구둑 철새 도래지, 한산 모시마을,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 해수욕장, 문헌서원, 희리산 자연 휴양림, 천방산 풍광 등을 <서천 8경>으로 선정하여 아름다운 청정의 <어메니티 서천>을 대내외로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12월 22일을 중심으로 한곳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마량포 해돋이 해넘이 축제, 3월부터 4월까지 동백꽃·주꾸미축제, 9월말 부터 11월초까지의 전어축제,  5월의 광어 도미축제, 5월초 6일간에 걸친 모시문화제 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의 축제로써 <웰빙 서천>의 참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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