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예속이 통일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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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예속이 통일수단?
  • 김동열
  • 승인 2005.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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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이 지역을 방문했다.

민간단체인 민화협(민족화합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자격으로 평통위원과 동포들을 대상으로 통일 관련 북한의 빠른 변화를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정 전장관은 1967년부터 통일부에서 잔뼈가 굵은 통일부맨이다.

본국 내에서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제까지 통일정책을 수립한 책임자였기에 그의 특강은 동포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어떤 방법으로 통일을 하는 것이 정답이냐는 말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 이유는 통일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해답은 천태만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문한 정 전장관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경제적인 측면에서 남북통일론을 전개했다. 즉 배고픈 북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먹는 것 외에 무엇이 있겠냐는 단순한 이야기다. 그런 북한을 위해선 퍼주기도,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도 모두 미래를 위한 통일선금이라는 주장이다. 돈이 북한에 떨어지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에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 예로 과거 60년대 남한 실정을 예로 들었다.
당시 배고픔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위정자들은 어떻게 경제를 살려 국민을 먹이는 것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당시엔 인권 주장도 없었고 오로지 먹는 것 해결만이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지난 후 먹고 살만 하니 인권을 주장하고 여러 시대적 혼란의 과정을 거처 오늘날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고 이어갔다.

그러니 지금 북한에 대한 인권주장은 너무 빠르다는 해석이다.
지금 북한의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이나 미국의 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인권의 잣대로 북한을 재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현재체제를 유지하는 정치적 기본골격의 변화를 요구하기보다 인권헌장에 명시된 인간의 기본권 중에서 최저 몇 가지를 부분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자유는 인정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자유, 원하는 종교를 믿을 수 있는 자유 등 가장 기본적인 자유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최고 통일 정책자였던 장관이 인권은 없어도 북한이 잘 살 수 있도록 경제적인 도움만 주면 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참석자도 적지 않게 있었을까.
남북한 긴장완화와 전쟁 억제력을 경제적 협력관계에만 의존할 수 있을까.

이어서 남북관계는 경제가 풀리면 이어서 사회도 최종적으로는 가장 보수적인 정치와 군사도 풀린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금년도 북한교역 총액을 30억 달러로 추정하고 금년 말까지 남한과의 교역액이 약 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0개를 수입했다면 그중 3개 이상은 남한 상품인 것이다.

그럼 남한 상품 3개가 북한에 들어가지 않으면 북한은 경제적으로 흔들린다는 말로 들렸다. 결국 북한 경제가 남한에 예속되면 전쟁이 없다는 해답을 전한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줄인다면 현재 남한이 취하고 있는 경제협력만이 가장 효율적인 대북정책이라는 점에 무게를 둔다는 것으로 보고했다.

북한 다녀온 사람들이 북한 방문 중 나이에 비해 키가 작고 마른 굶주린 어린들을 보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평양이 아닌 지방 어린이들의 경우는 눈뜨고 보기 힘들만큼 심각하다고 한다.
북한정부가 국민을 거의 포기한 듯 모습도 보였다는 것이다.

즉 너희들끼리 알아서 먹고 살라는 말이다.

과거 북한 고위 당국자들은 평양 시민 2백만명과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하는 군대만 있으면 북한은 붕괴되지 않는다는 말도 했었다.

정 전 통일부 장관은 현재 북한이 보다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규모 사유재산과 상속을 인정하고 인센티브가 자연스럽게 지급되면서 위가 아닌 아래로부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북한을 미국이 포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반 북한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누구에게 득이 되냐고 물었다.

정 전장관도 다른 정부 사람들처럼 통일 지연 이유로 미국을 들었다.

한국에 가면 어디에서도 통일에 대한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이야기는 매우 흔하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 전장관의 말대로 남북간 경제 협력과 경제 예속으로 긴장이 완화되고 전쟁이 억제된다는 말을 진정으로 믿고 싶었을 것이다. 이권이 앞서야 통일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그러나 남북한 경제협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인권 개선일 것이다.
남한이 굶주림에서 벗어나 오늘의 경제기적을 이룬 것도 그 배고픔 속에 최소한의 인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낙오자들,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 그들은 그래도 교회에서, 성당에서, 절에서, 단체에서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시 큰 삶의 대열에 합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권과 사랑이 도외시된다면 남한의 대북정책은 언젠가 뒷통수를 맞을지도 모른다.
(김동열기자/샌프란시스코 선데이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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