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돈 잡아라" 은행 설립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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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돈 잡아라" 은행 설립 러시
  • 매일경제
  • 승인 200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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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05-03-23 17:38] 



◆현지르포 / 돈 몰리는 LA (中)◆
LA로 몰려드는 한국 돈과 부동산 값 급등은 은행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은 행 주가가 지난 2~3년 사이에 10배나 올랐고 당시 은행을 세웠던 한인 주주들 과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거액을 거머쥐었다. 과거의 영광이 재현될 것으로 기 대하는 한인들은 은행 설립이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믿고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은 은행을 세우고 은행을 세우기에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은행 주식을 산다. 현지에 있는 한 동포는 "한인들의 최대 관심은 부동산과 은행투자"라며 "이들이 단기간에 돈을 버는 확실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LA지역에서 영업중인 한인은행은 총 8개였지만 올 들어 우후죽순처럼 은행들이 생겨나면서 은행수는 10개가 훌쩍 넘었다.

연말까지 2~3개 은행이 더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바야흐로 '은행업의 최고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

올 들어서 커먼웰스은행과 스탠더드퍼스트뱅크가 새로 생겨 영업을 시작했다. 2~3개 은행이 더 인가신청을 내놓고 있어 한국계 은행 설립은 계속될 전망이다 . 이동연 한미신용정보 사장은 "2500만달러 정도의 자본금을 모아서 은행을 세우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있다"며 "앞으로 은행이 얼마나 더 생길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동포 사이에서 은행만 세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워낙 팽배해 있어 은행 세우기 열풍은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은행 설립이 러시를 이루면서 미국 정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성원 한미은행장은 "한국계 은행들이 짧은 시간에 급속히 늘어나면서 주정부가 은행 인가를 잘 내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작은 규모의 동포은행을 설립하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타지역에서 은행을 세운 후 LA에 지점을 내는 은행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 은행의 주 타깃도 LA에 집중돼 있는 한국인들의 돈이다.

민수봉 윌셔은행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인들이 'IB은행'을 새로 세웠고 하 와이 지역 동포들도 은행 인가 신청을 내놓고 있는 상태"라며 "이들 은행의 궁 극적인 목표는 LA 진출"이라고 말했다.

LA지역의 시장성을 알게 된 한국 대형은행들의 LA지역 진출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미국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은 4월부터 LA에 대출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대출사무소는 지점 설립의 전 단계로 이뤄 진다. 조흥은행 현지법인인 '조흥아메리카'는 LA 인근 오렌지카운티에 지점을 하나 더 내고 영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몰려드는 돈을 감당하기에 현재의 영업 조직으로는 벅차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김종운 LA지점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후 LA에 있는 외환은행 현지법인(PUB)이 매물로 나왔을 때 우리 하나 국민 등 한국의 대형 시중은 행들이 일제히 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은행 인수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당시 국내 은행들은 가격 입찰에 참여하면서 주당 15달러 정도를 써 낸 반면 현지의 한미은행은 주당 27달러를 써내 인수자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은행을 설립하는 데 한국인들이 대거 주주로 참여하겠다고 몰리는 사례도 발생했다.

김선기 캘리포니아 주립대 명예교수는 "베트남은행 지분 중 50% 이상을 한국인 들이 사겠다고 몰려 한인들의 투자가 없으면 베트남은행을 설립하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늘어나면서 은행원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단기간에 은행들이 급증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은행원들을 끌어오면서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현지은행 관계자는 "최근 한 은행에서 15명가량이 집단 사표를 내고 신설은행으로 간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경우 은행들이 업무에 큰 타격을 입어 집안단속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LA지역 부동산값 급등으로 한인들의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의류상가를 중심으로 LA에 상권을 장악해가는 사람도 늘어 나면서 은행 예금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1.8%나 늘었다. 또 집을 사거나 상가 등 건물을 살 때 은행에서 가격의 50~70%를 대출받는 경우가 많아 대출시장 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김선기 교수는 "동포은행들의 예금 대비 대출비율이 97%에 달한다"며 "부동산 대출로 대부분의 자산을 운용하지만 부동산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은행들의 부실률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입되는 돈이 많아지는 것도 은행업이 호황을 구가하는 이유다.

김주학 새한은행장은 "현재 동포은행 전체예금 70억달러 중 30% 정도가 한국에서 건너온 돈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오는 돈이 늘어나는 것도 LA에 은행들이 난립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은행들은 한미 나라 중앙 윌셔 등 총 4곳. 이들의 주가는 2002년 2~3달러에서 20달러까지 올라 불과 2년 새 10배가량 올랐다. 은행을 설립한 동포들은 물론 이 은행에 투자한 사람 중에서 거액 자산가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배문환 한인봉제협회 회장은 "동포 중 최근에 자산이 급증한 사람은 부동산과 은행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라며 "재산이 불과 몇 년 새 10배 이상 늘어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을 늘리면 이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값이 올라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은행에 예금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동산과 은행 업이 동반 호황을 거듭하며 버블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서는 '버블론'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면서 3월 들어 은행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돈이 계속 들어오고 부동산 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한 은행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팽배하다.

김선홍 중앙은행장은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기관투자가들도 동포은행 주식을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중앙은행도 뉴욕기관투자가들 이 40% 정도 지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LA = 노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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