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자신의 씨앗 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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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자신의 씨앗 심어야”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0.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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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창현 AA스튜디오 대표이사

인도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건축가로 꼽히는 AA Studio Consulting Pvt.Ltd. 대표이사 김창현씨. 11년 전 훌쩍 인도로 떠났던 그는 자신의 인생모토를 이렇게 설명한다. “멋있게 나이를 먹는 것이죠”

처음부터 아시아의 건축물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왜 아시아의 건축가들은 유럽의 건축가들처럼 자국의 틀을 벗어나 과감하게 철학을 표현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시절도 있었다고. 인도에서 그의 생각은 시작점을 가질 수 있었다.

“깊은 에너지와 성찰의 힘을 느꼈어요. 여행자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으로 건축물을 느끼고 싶었어요.”

인도에 정착한 후 11여년 간 건축가 김창현씨는 끊임없이 달려왔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방갈로르의 클럽 파이어플라이, 미술관 갤러리하우스 등을 건축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과도 다수의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본사의 헤드오피스와 자동차연구소, 직원복지디자인 센터 등을 완공했고 뉴델리에 한국문화원 설계에 당선되었다. 인도 부호들의 개인 저택과 인테리어 디자인도 그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다.

2011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를 5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만났다. 행사를 주최한 재외동포재단은 “연매출이 매년 500%씩 성장하는 유망한 건축가”라고 그를 소개했다.

“무식할 정도로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기 자신을 설명한 김창현씨는 예술가적 자부심을 갖고 찾는 일을 대한다.

“환경이 아이디어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건축은 너무 자극적이거나 흥분시켜서는 안 되죠.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한 개인이 건축물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려면 적어도 50세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저는 아직 그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겠죠.”

촉망받는 건축 학도로서 학업에 열중하고 있던 2000년대 초 그가 인도로 떠났던 것은 당시 그에게 습성처럼 배어 있던 방랑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축을 배우는데 그곳에 직접 가보지 못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괴로웠다는 그는 그 시절 자주 외국을 떠돌았다고 고백한다.

지금은 비록 인도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또 다시 어딘가 경계를 넘어가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지적 허탈감은 제게 배고픔처럼 견디기 힘든 것이예요. 어딘가 지금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에 나와 맞는 구조를 찾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인도의 성공한 건축가로서 그가 보는 모국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회 속에서 학연이나 지연과 같이 이미 틀에 박혀 있는 어떤 위계 혹은 관계 같은 것들이 숨막혔어요. 교육을 보면 그렇잖아요. 그 질은 분명히 눈에 띄게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창의력의 비중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하지만 우리 사회가 보이는 추진력 같은 것들은 놀라울 정도죠. 여전히 많은 것들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위스인 부인과 백년가약을 맺은 그는 가끔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한국의 많은 건축물들로부터 여전히 감동을 받는다는 한인 건축가 김창현씨.

“해외에서의 삶을 어떤 도피처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생각해서는 안 돼요. 그곳에 자신의 씨앗을 심어야죠. 예측되지 않는 것은 많아요. 하지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죠. 너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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