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배우려는 현지인 점차 늘어<사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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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배우려는 현지인 점차 늘어<사모아>
  • 이현휘
  • 승인 2007.04.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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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사모아대학이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한국어 강의가 실시됐다.  KBS-World 등 한국 방송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아메리칸 사모아에도 한류 열풍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아메리칸 사모아대학(American Samoa Community College) 최초로‘한국어반'이 정식으로 개설돼 마침내 사모안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아메리칸 사모아대학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ASCC Small Business Development Center M3 강의실에 ‘사랑해요 한국어 2006반'을 개설하고,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씩 2006-2007학년도(2006. 7. 31~2007. 5. 18)기간 동안 무료로 한국어를 강의하게 됐다.

아메리칸 사모아 대학에서 현지 케이블 방송(ASC-TV)과 일간신문(Samoa News)에 무료등록 및 무료 수강료 안내 광고를 내고,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정원(25명)이 채워져 세계속 한국의 위상과 한류열풍을 이곳에서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모안 특유의 슬리퍼(앞 끈을 첫째, 둘째 발가락 사이에 끼우는 스타일)를 신고 자유스런 복장으로 펜 하나만 달랑 들고 강의실에 들어온 수강생들은 생전 처음으로 한국어 교재와 CD를 받아들고 유치원생 마냥 신기한 듯 즐거워하는 표정들이었다.

자신들의 이름이 한글로 표기된 이름표를 받아 가슴에 달고, 서로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짓는 표정은 진지하고 배워야겠다는 의욕이 넘쳐나기도 했다.  첫 강의 시간은 ‘한글’이 만들어진 배경과 역사, 우수성을 시작으로 기본적인 인사말과 자음 모음 발음을 소개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는데, 세종대왕이 새겨진 만원권을 돌려보면서 “이 사람이 한글을 만드신 분이란다”면서 미화로 몇 달러 짜리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강사의 입 모양과 얼굴 표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CD를 나누어 주었는데도 별도로 소형 녹음기를 준비하여 강의내용을 모두 녹음하는 열의를 가진 수강생이 여러 명 있는가 하면, 밭(PAT)과 팥(PAT)이 어떻게 다르냐(?). 오리(Duck) 중에 집오리와 나는(Fry) 오리(Duck)는 어떻게 다르냐고 질문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응’, ‘을’의 발음이 힘들어‘응’소리는 “화장실에서 많이 나는 소리”라는 설명에 폭소가 터지는가 하면, ‘GALU’ 라고 쓰고‘나루’라고 읽는 사모안 들의 발음표기를 바꾸는데 애를 먹기도 하고, 낱말 중에‘비(Rain)’라는 말이 사모안 말의‘비(소변)’과 같은 것에 비유하여‘하나님(God)’이 소변(비)보는 것이 바로 Rain(비)이고, 이것이 바로 한국어로‘비’다며, 옛날부터 한국과 사모아는 통하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는 설명에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한층 친근감 있는 표정으로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사랑해요 한국어반'은 10세의 사모안 마아타(MAATA) 소녀를 비롯한 10대가 7명, 20대 6명, 30대 6명, 40대 5명, 50대 5명 등 정원을 초과해 29명으로 구성됐으며 초등학생, 고등학생, 회사원, 공무원, 자영업, 여행사대표, 방송국 PD 등등 직업도 다양한 각계각층의 사모안들이며 한국인 2세(한국인 아버지+사모안 어머니)는 3명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사모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름도 한국어로 표기한 김유진(Kim Yu-Jin)씨는 “아버지 나라인 한국의 대전에서 1년 동안 미션(Mission: 종교)을 마치고 왔어도 한국어가 너무 어렵다”면서 “서투른 한국어를 새롭게 배우는 것이 재미있고, 동생들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정말 기쁘며, 한국어를 빨리 익혀 동생들과 같이 한국의 친지들을 만날 계획이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유진씨의 아버지는 60년대 말에 사모아에 도착, 사모아 최초로 채소농장을 개척하여 200여 척의 한국 원양어선에 배추, 오이, 고추, 파 등등의 야채를 공급하였으며, 현지인과 결혼하여 슬하에 딸만 7명을 두었다.

현지 사모안 KALAFU(Amerikan Samoa Bank 직원)씨는 “하와이에서 친구를 통해 개인적으로 한글을 배웠다”며, 제법 좋은 발음에 자신의 이름과 사모아 주소를 한글로 쓰기도 하였다 그는“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표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강의를 들으면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며, "한국 방송을 시청하면서 한국어를 읽힐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말했다.

강의를 맡은 필자는 KBS-World가 방송돼 영어 자막이 삽입된 한국드라마 및 교양, 스포츠, 오락 프로가 아메리칸 사모아에서도 많이 알려지면서, 한국말을 배우고자 하는 현지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자원해 강의를 맡게 됐다.

그리고 보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하여 점차적으로‘회화’에 중점을 두어‘러브인 아시아’ 및 인기 드라마 등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아나운서, 외국인 며느리 및 연기자들의 대화내용을 듣고 배우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으며, 본국의 여성가족부 가족문화과에서 발행한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를 활용할 계획이다.

ASCC Small Business Development Center 허버트씨는 “많은 ASCC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지만, 저녁시간에 강의시간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 일차적으로 일반인들에게만 수강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며 “'시작이 반' 이라는 한국의 속담처럼 이제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UCLA나 UH처럼 학사계획을 수립하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Dr. Adele Satele-Galeai 총장은 “2006~2007학년도의 성과를 본 후 2007~2008학년도부터는 하와이대학처럼 한국어과를 정규과정으로 개설할 계획이다”며 “2주 동안 지켜보면서 매우 만족스럽고 행복했고, ASCC에 하와이대학(UH)의 정규과정을 수료하여 학위를 받는 하와이대학 분교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 강사를 하와이 대학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랑해요 한국어 2006반'은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모든 ‘학습자료’는 무료제공되고 있으며, ASCC에서도 수강료 없이 한국어반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