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와 우주의 원리까지 깨치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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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치와 우주의 원리까지 깨치게 해줘
  • 홍석화 토종연구가
  • 승인 2007.03.26 13: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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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문화의 맥을 찾아서 <윷놀이>

700만 해외동포와 만나는 첫 번째 인사로 ‘윷놀이’를 이야기 드리게 됨을 기쁘게 생각하며, 참으로 ‘묘한 인연이 또 하나 시작되는구나’라는 느낌을 지니게 됩니다.

제 나름대로 여기 저기서 취합한 정보를 정리해보자면-, 참으로 아이로니칼 하게도 중국, 러시아에 사시는 동포분들 가운데서 이‘윷놀이’를 포함한 우리 민족 전래의 놀이나 명절, 세시 풍속등을 이어가고 있는 경우란 거의 전무하다고 합니다. 지리적으로 같은 유라시아 대륙에 연이어져 있고, 오랜 세월 몇 대에 걸친 역사적 연원과 교류가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아무튼, 자초지종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는 일단 제쳐놓기로 하고, 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개 자그마한 ‘놀이’가 전 지구에 퍼져 살고 계신 700만 재외동포분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화제거리가 되고, 삼삼오오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모이실 때면 늘상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로 퍼져나가고, 더 나아가선 어느 동포사회에서나 ‘먹고 사는 일’ 다음으로 골칫거리인 우리 ‘다음세대’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필수 과목으로 정착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는 마음으로 약간의 설명을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민속학자 스튜어드 컬린(1858-1929)이 펜실베이니아 대학 고고학 박물관장으로 재직하던 1895년에 저술한 <한국의 놀이 (한국에선 윤광봉 역, 열화당에서 출판)>란 책에서, 컬린은 “한국의 윷놀이는 전세계에 걸쳐 존재하는 수많은 놀이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고대 점술에 기원을 둔 윷놀이는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도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컬린은 인도의 힌두 게임인 파치시(Pachisi)와 차우자(Chausar)의 도형은 십자형이 있는 윷판을 확장한 형태라며, 윷놀이에서 발전된 놀이가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 무사시(八道行成) 이라는 사실을 ‘놀이방식’이나 ‘판의 형상’ 등을 통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윷놀이는 우리의 전통 놀이인 고누, 장기, 바둑은 물론 인도의 파치시, 멕시코의 ‘꾸일리치’, ‘빠똘리’ 등과도 원리가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30여년 동안 우리의 전통 문화와 토종의 세계를 탐구해온 저로서도, 다시 한번 우리 먼 조상님들의 ‘크고 치밀한’ 정신력에 감탄하게 됐습니다만, 이 하찮은 자그마한 ‘놀이’에다 주역(周易), 천문(天文), 천부경의 원리들을 축약 압축시켜놓은 그 지혜엔 그저 입이 딱 벌어질 뿐 할말이 없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따름입니다.
지면 관계상 ‘윷판’과 ‘윷가락’의 초보적 원리를 간략히 설명 드려보지요.

윷판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도판으로 해설해 놓은 셈이라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윷가락에는 ‘무극’에서 ‘태극’으로 태극이 분화되어 음·양을 이루는 주역의 기본 원리가 담겨있으며 그 중의 기본이랄수 있는 8괘를 포진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한가지, ‘모’가 나와야 가장 큰 것인데, 왜 놀이 이름을‘모놀이’라 하지 않고 ‘윷놀이’라 하였을까요? ‘모’에서 ‘걸’로 이어지는 ‘말이 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지요. 아참! 윷(소)은 땅(사람)을 상징하는 것이고, 모(말)는 하늘을 상징하고 있답니다.

사람은 하늘의 길을 따라 가야 가장 구극의 세계인 천원(天元), 중입(中入), 십승(十勝)의 세계로 갈수 있는 것이지만, ‘윷놀이’는 사람으로써, 땅의 사람인 사람들이 하는 놀이이기에, 이름을 ‘하늘놀이’가 아닌 ‘땅의 놀이(사람의 놀이)- 즉 ‘윷놀이’라고 이름 붙인 거랍니다. 참으로 절묘하지요.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이 짧은 해설을 마치기로 하지요. 그러니까 4개의 윷가락과, 말 4개(1인 또는 1팀)가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희·노·애·락은 그대로 인간세상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고요, 따라서 두 사람이 하는 것보단 3인(또는 3팀)이 하는 게 ‘엎치락 뒷치락’ 훨씬 더 재미있기 마련이고, 이 모든 것은 놀면서 인생과 세상의 이치와, 우주의 원리까지도 부지부식간에 배우게 되는 인화(人和)의 상징으로 육박해 들어오게 되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