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숨결 담긴 모든 것이 유물이다”
상태바
“이민자 숨결 담긴 모든 것이 유물이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7.03.19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이민사박물관 건립 어떻게 되어 가나
인천 이민사박물관 건립작업의 총 지휘관역을 맡고 있는 엄두용 전문위원(46·사진)은 세계 곳곳을 뒤지며 이민1세 어르신들이 남긴 일기장, 여권, 편지, 결혼사진, 음성녹음 테이프, 독립운동 기록, 성경책 등의 이민사 유물들을 하나씩 발굴하고 있다. 100년 전 선조들이 소유한 하나의 물건들이 지금 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역사적 보물이다.

▷재외동포들의 기증, 기탁을 기대
엄위원은 “내년 2월말 완공을 목표로 지금 약 4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면서 인천 중구 월미공원에 건설될 박물관을 소개했다. 2004년부터 5년간 총 115억원이 투자된 박물관은 한인사회의 성장사와 이민사를 전시하는 전시실, 다큐멘터리 등 기록영화를 상영하는 영상실, 각종 문서를 수집 비치하는 자료실 등 한국 이민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박물관의 완공은 지금 이대로라면 무난할 것이지만 박물관에 전시될 유물을 찾는 작업이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1903년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 100년이나 넘는 세월 동안 선조들의 유물들은 대부분 유실돼, 이것을 다시 찾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엄위원은 “해외의 동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며 동포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1902년부터 1960년까지 이민과 관련된 유물들을 기증 받고 구입하고 있다”며 “우연히 방 한구석에서 발견될 수 있는 자료가 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러시아 등 세계이민유물 박물관으로 확대할 것
이민사박물관 설립은 우선 1단계 사업으로 하와이를 비롯한 미주와 중남미 지역의 유물을 발굴하고 있지만 세계유물을 확보해 사업을 향후에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엄 위원은 “2008년 중순까지 1단계 사업으로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멕시코, 쿠바 지역의 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다”며 “1단계 사업이 끝나면 2008년 후반부터 2단계 사업으로 중국 러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이민사 유물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것을 계기로 재외동포들을 위한, 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안상수 시장이 이민사박물관 설립을 결정하게 된 것도 우리의 인적자산인 재외동포들을 위한 하나의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그는 “박물관이 향후 이런 동포들을 위한 네트워크의 중심적 역할을 바란다”고 전했다.

▷공항에서 이민사 박물관을 찾도록 지향
그는 “한국을 떠나고 한국을 찾는 동포들이 공항을 떠나면서 이민사 박물관을 찾도록 만드는 게 인천시 이민사박물관의 하나의 컨셉”이라고 말한다. “한국을 떠난 이민1세들은 특히 인천을 남달리 생각합니다. 고향을 떠나 마지막으로 한국의 그림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곳이 인천 바닷가지요. 그들에게 인천은 고향만큼 마음의 향수를 가지게 하는 곳이지요”

엄 위원은 “이런 의미에서 인천은 지리적으로 영종도국제공항과 가장 근접하고, 역사적으로도 의미를 갖고 있는 곳으로 박물관을 설립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고 말했다. ‘하와이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로 하와이를 방문했을 때 옛날 어른들의 인천에 대한 향수를 듣고 "인천시가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업이겠구나"고 확신했었다.

엄위원은“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저는 참 운이 좋은가 보다”고 말한다. 고려중기 불교의 사상적 기반, 조계종계열의 역학관계 등을 연구한 역사학도로서 고증에 항상 관심을 가졌던 그는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특색 있는 박물관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어 박물관 설립에 대해 남달리 애정이 있었다고. 2006년 9월에 개관한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도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만약 이런 자료들이 모여 후손들이 선조들의 이런 유물을 본다면 어떨까요, 가슴 찡한 감동이 될 것입니다”
엄 위원은 미국이민 100년사를 집필한 이자경 소설가, 미국이민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조병태 회장, LA 서동성 변호사, LA 김찬휘 박사 등 이민사의 유물을 찾는 데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민사 전문가들의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