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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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피해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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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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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기자 tengis@ngotimes.net

<원폭2세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결성의 산파 구실을 한 김형률씨 인터뷰 기사를 싣습니다. 재일동포 가운데도 김형률씨처럼 원폭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키 163cm, 몸무게 37kg인 김형률(33)씨.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5번 이상이나 폐렴으로 입원해야 했던 그는 이제 30%만 기능하는 폐에 의지해 가쁜 숨을 내쉰다. 그는 '원폭2세 환우'이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4살 때 원자폭탄에 맞아 평생 악성종양과 피부병에 시달리는 어머니한테서 X염색체상에서 열성유전자를 물려받아 면역체계가 결핍된 채 세상에 태어났다.

그는 인권위에 제출할 진정서를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결국 객혈(결핵이나 폐암 따위로 피를 토하는 것)이 심해져 부산대 응급실에서 2시간30분 동안 기관지동맥색전술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외출허가를 받아 기자회견장까지 달려온 그는 기침을 심하게 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원폭2세환우들에게 의료 생활 지원체계를 수립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진정서를 제출하고 나서는 다시 부산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이틀 후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그는 "9층 입원실에서 2층 로비까지 내려가는 것조차 힘에 부칠 정도"로 몸상태가 나빠져 있었다.

어릴 때부터 급성폐렴 때문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야 했던 그는 1995년에야 자신이 '면역글로블린M의 증가를 동반한 선천성면역글로블린결핍증'을 앓고 있으며 직접 피폭자인 어머니한테서 유전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는 병으로 이 병에 걸린 사람의 평균 수명은 10세 미만, 30세 이상 생존율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이 그가 병마와 싸우며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게 만들었을까.

한번 감기라도 걸리면 보름 이상을 집에서 누워있어야만 한다는 김씨는 작년 겨울과 봄 동안에도 감기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한 달 이상을 고생하면서 부모님과 나는 이것이 단순히 개인문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2002년 3월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원폭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밝히며 원폭2세환우 문제의 해결을 호소했다. 노력 끝에 8월에 '한국원폭2세환우회', 12월에는 '한국원폭2세환우회를 지원하는 모임'이 결성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8월5일 '원폭2세 환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로 작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물론 원폭2세 모두가 후유증을 겪는 건 아니다.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1991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대상이었던 1천9백82명의 피해 1세들은 평균 3.7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으며 응답자의 41.1%가 1명 이상의 자녀에게 원폭후유증이 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현재 원폭2세환우의 수를 최소 2천3백여명 정도로 추정한다.

김씨는 "원폭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의 정도는 일반적으로 생기는 사회적 위험과는 구분되는 특수성과 심각성을 갖고 있다"며 "국가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이들에게 특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원폭2세환우회 cafe.daum.net/KABV2PO 원폭2세환우 상담 전용전화 0505-555-1945(서울) 0505-911-1945(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