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빠진 동북아 구상 (11면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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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빠진 동북아 구상 (11면 디아스포라)
  • 홍건영
  • 승인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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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이 이번 중국방문 기간중 교민간담회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자리에 조선족동포들도 초청됐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지난 달 일본방문 때도 재일민단 관계자만 50여명을 초청해 대화를 나눈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후에 발표된 여러 굵직굵직한 합의 사항들 가운데 재중동포와 관련된 어떤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 번 방일 때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합창했듯이, 이번에 한중간에 '전면적인 협력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껄끄러운 의제는 아예 사전 조율과정에서 제외했을 것이라고 추측했기 때문이다.
"조선족 처우 개선에 힘쓰겠다. 재외동포 지위에 관한 특별법은 중국에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아 조선족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법취업이나 체류에 대한 문제는 고용허가제를 잘 활용하면 컨트롤이 가능하다. 고용허가제가 잘 풀리면 조선족 동포들은 훨씬 안정된 지위를 갖게 될 것이다."
우연히 한 신문(경향신문)의 귀퉁이에서 찾아낸 거의 '주목받지 못한' 기사이다. 노 대통령이 방중기간에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한 이 내용을 보면, 재중동포와 관련한 현안들의 해법에 임하는 현정부의 시각과 입장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먼저, 노 대통령은 중국의 이중국적 반대 입장 때문에 재중동포를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재외동포법으로 개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재외동포법이 동포들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율사 출신인 노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결국 대통령의 이 발언은, 중국이 우리의 재외동포법에 대해 사실상의 한국 국적 부여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런 오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적극 해명하고 납득시킬 의사가 없음을 말한다. 정부는 과거의 입장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재외동포법을 개정하는 대신에 고용허가제의 틀로 재중동포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침을 굳혔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고용허가제의 입법처리를 서두른 이유도 재중동포 문제를 '동포'보다는 '이주노동자'의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복선과 관련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방안으로 취업과 체류와 관련한 동포들의 요구에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고, 또한 현재의 한중관계를 고려할 때도 최선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해결 방안을 취하더라도, 정부의 과거 행태라든가 동포정책에 있어서의 무소신과 무비전을 보면, 동포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실제로는 보잘 것 없을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 일상적으로 온갖 불편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체류 동포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시늉을 내다 만 방안에 만족할 리 없다.
그런데 재외동포법에 대한 동포사회의 여론이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묘하게도 동포사회 일부 주류층의 입장과도 맞아떨어진다. 한국을 자신의 생존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없는 이들은 재외동포법으로 인해 빚어질지도 모를 한중간의 긴장과 그로 인해 그들이 중국 내에서 누리고 있는 지위가 위협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동포사회가 재외동포법에 대해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 이것이 확고한 중심이 없는 동포사회의 현실이다.
재외동포법이 동포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상반된 예측들이 존재한다. 개정된 재외동포법이 '코리안드림'을 재점화해 조선족공동체의 해체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반면 현재 진행중인 동포사회의 급속한 해체와 변화는 막을 길이 없으며, 재외동포법이 동포사회에 대해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한중수교 10년이 지나면서 재중동포사회와 한국사회의 접촉면은 크게 확대되었다.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는 주로 중국 동북지방에 거주하는 재중동포들과의 호혜적인 교류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대될 것이다. 이는 필연적인 추세이다. 그리고 같은 핏줄간의 이런 어울림을 감히 가로막고 나설 수 있는 명분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재외동포법을 처음 제정할 때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웃과의 평화와 공존을 부정하는 팽창적 민족주의를 구상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눈치 보여 뒷걸음질치고 있는가. 노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자신있게 설파했다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질서 구상 속에는 2백만에 이르는 재중동포의 자리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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