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노블 한국 설날 페스티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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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노블 한국 설날 페스티벌의 의미
  • 하효선
  • 승인 2006.12.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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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효선(그르노블 한국문화협회 회장)
우리는 올해 치러진 ‘2006그르노블 한국 설날 페스티벌’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Diversite culturelle) 실행과 공적 공간(Espace Public)의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하고자 했다.

본 페스티벌의 이름이 토속성을 강조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이곳의 노엘(크리스마스)이 갖는 토속성에 대비되는 토속성으로 이를 통하여 우리 문화가 타 문화에 의해 어떻게 수용되는지를 가늠해 본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는 문화적 다양성이란 각 문화단위가 각각의 역사적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고유의 문화적 메커니즘을 적극 고려하는 발전과 진보를 지향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고, 따라서 이 명제는 향후 세계사의 전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제부터는 한 특정의 문화가 다른 문화 토양에서 흡입되고 교류되는 장(field)과 과정(process)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실천은 무엇보다 각각의 다른 문화들이 서로 평등한 위치에서 깊이 있는 상호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줄 근거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의미할 것이다.

우선 이 행사가 그르노블이란 지역에서 개최되는 이유를 들자면 이 지역에서 프랑스 혁명 이념이 구체화되었으며 또한 나치에 대한 무력 저항의 본거지가 세워졌다는 점이다, 그것은 세계 근대사와 현대사를 직접 이어주는 고리였다.

이 지역민의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바로 문화적 다양성의 실현을 위해서도 일정한 공적 공간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고 또 무엇보다도 이 지역은 본 기획자가 이 십 년 가까이 살아온 곳이라 그동안 쌓아온 이곳 지역민에 대한 애정과 갈증을 푸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페스티발의 테마인 ‘교감’ 은 우리 예술에 절절히 배어 있는 교감적 기능을 이곳 프랑스 미학의 본질에 견주어 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행사 프로그램으로는 국악 및 한국무용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산다’ 공연을 비롯, 한국수묵화전, 현대미술전, 한국영화 ‘영매’ 감독초청설명회 및7편 상영, 황석영 소설 ‘손님’을 중심으로 한 한국문학 소개 및 도서 전시, 한불 요리교류 등이 각각 별도로 개최되었으며, 설날 당일의 축제에서는 공연과 어우러진 차와 음식, 한국춤 체험하기, 대장금 상영(일부), 바둑 대회 및 설명회. 윷과 제기 등 전통놀이, 제사상 차리기 및 제사 재현과 해설이 있었고 한복패션쇼를 피날레로 엮어 설날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굿상을 중심으로 한 굿과 풍물 그리고 야외 국악 공연은 모든 준비에도 불구하고 폭설로 인해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쉽기 짝이 없었다.

본 페스티벌은 전 행사기간을 통하여 약 15,000명의 관객들이 동원되었고, 이광수 원장현 등 한국국악예술인 17인을 비롯 현대미술가, 한국미술가, 영화감독, 패션쇼, 요리, 다도 등의 전문가 총 41인이 한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초청되어 왔으며, 준비와 진행을 위해 30인 이상이 고생을 했다.

특히 이번 제 5회 페스티발은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특집행사로 개최되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염원해 오던 프랑스에서 한국문화 알리기 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으며, 그동안 푸대접 받으며 지방에서 외롭게 치르던 행사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사관을 비롯한 공공기관들과 민간단체가 서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등 여러 가지 기대 속에서 한불문화교류의 일보 도약을 바라면서 혼신을 다했다.

그 결과 이제 이 페스티벌은 그르노블의 많은 시민들이 기다리는 행사로 정착되었으며, 그르노블 시민들이 보여준 반응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우리는 본 페스티발이 이 지역의 타 문화의 수용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의 확립과 그러한 시민의식의 성숙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한국인의 위상도 새롭게 정립되어 가고 있음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끝으로 모든 악조건을 무릅쓰고 헌신적으로 같이 움직여 준 본 협회의 구성원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