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한국어 가르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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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한국어 가르치고 싶어”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6.12.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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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초대석] 북경 한국문화원 박영대 원장
지난 2월20일 북경 한국문화원에 부임한 박영대 원장(55)에게 한동안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통화 내용은 한결같이 문화원에서 실시한 한국어 강좌를 ‘이번에는 놓치면 안된다’는 현지 사람들의 간청이 담긴 것이었다. 많은 중국 국민들에게 한국어는 이미 그들의 생활에 이미 깊숙이 다가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국립국어원이 주최한 ‘한국어 세계화 전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한 박영대 원장은 “하지만 이런 중국의 한국어교육 열풍 이전에 한중 양국관계의 모습을 먼저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집자 주>

▲ 박영대 북경 한국문화원장
-한국어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문화원 주변 교통이 마비돼, 한국어 강좌 신청을 홈페이지를 통해 받도록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8주간 1000명이나 듣도록 준비했지만, 밤 12시에 오픈한 수강 사이트는 1시간 내로 이내 만원이 될 정도입니다. 최근 한국어강좌를 개설한 대학 수가 중국 전체에 44개로 파악돼지만, 이러한 수치는 정확할 수 없습니다. 자고나면 하나 더 늘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니까요. 한국어 열풍은 이렇게 뜨겁습니다.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증가한 원인은 무엇인가?
필연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매년 한국인 1만1000명 이상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고 교역량도 1,300억불로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 입니다. 이런 수치는 한국어교육의 수요가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실증적 수치’로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제, 문화적으로 복합적으로 연구해 보면서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원장으로서 한국어 강좌의 의미는?
저는 문화원장으로서 한국문화를 중국에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서로 교류가 있어야 하고 사람들 사이의 오해와 편견을 없애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말을 익히는 것은 이렇게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 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어 교육은 중국에서 한국을 알리는 데 첫 번째 단추를 엮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어 교재개발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원장으로 취임하고 한국어 교재를 눈으로 훑어봐도 틀린 부분이 많이 발견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교재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 틀렸고, 이 틀린 부분들이 11년 동안 고쳐지지 않는 모습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이에 문화원에서 직접 한국어 교재를 고치려는 노력을 해봤을 정도입니다. 지금 중국의 각 대학들이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요청하지만 제대로 된 영상물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누가 해결하건 빠른 시일 내에 이를 수정해야 합니다.

-중국 내 다른 지역의 한국어교육 여건은 어떠한가?
한국어교육은 비교적 경제적 수준이 높고 한국과의 관계가 활발한 지역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국어교육을 위해 남모르게 땀 흘리는 분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위성, 내몽골 등 중서부 북부 많은 곳에 선인 교육자들이 있지만 이들의 상황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열악해 제대로 된 교육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조금만 지원을 하면, 지원하기에 앞서 어떤 곳에서 어떤 분이 이런 일들을 하는지 파악이라도 하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한국어 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에 앞서 그들과 함께 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한국어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프랑스,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전문성과 체계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교재문제만 해도 앞에서 말했듯 변화되는 부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중국 내 각 대학의 한국어과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지원에도 일정한 원칙과 체계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교육의 전망에 대해 한 말씀.
내년 한ㆍ중 교류의 해와 2008년 북경올림픽은 한ㆍ중의 교류를 더욱 증가 시킬 것입니다. 2010년까지 2000억 달러 이상의 무역규모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100만 명 이상의 중국교민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한류를 떠나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한국은, 아니 어쩌면 한국인들에게 중국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전망이 밝고 어두움이 아니라, 양국의 관계는 이런 필연적 동반자 관계로서의 의미가 더 있습니다.

-문화원이 계획하고 있는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매주 인터넷 동영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교재문제 등 현실적으로 겪는 공간적 시간적 교육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초보적 수준의 교육에 있어서 한국어 도우미를 양성하려고 합니다. 또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가지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게 다른 하나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