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 교재 개발·보급부터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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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 교재 개발·보급부터 우선해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6.12.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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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범세계 한국어 교육단체ㆍ지역대표자 세미나
▲ 국제교류재단 주최 제1회 범세계 한국어 교육단체ㆍ지역대표자 세미나가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세계 각 지역 한국어교육단체의 한국어 교재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가에 따라 한국어 교재개발의 방향과 정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어 교육이 활성화 되고 우리의 문화가 보다 폭넓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국제교류재단 주최 ‘제1회 범세계 한국어 교육단체ㆍ지역대표자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에 중국, 러시아 등 각 대륙의 대표로 나온 교수들은 한국어 교재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아 겪는 지역의 현실을 얘기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향을 찾기 위해 토론했다.

묘춘매 북경외대 교수는 “최근 초급 한국어 교재가 많이 출판되어 있지만 중국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재는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며 “한글로 해석된 기초나 초급 단계의 교재는 수강생들에게 설명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마라 카플란 극동국립대 교수도 “한국 TV 뉴스와 예술 영화가 교과에 포함되는 중ㆍ상급 학년 단계에서는 많은 단어와 빠른 언어의 속도로, 학생들이 이 과정에 적응하기 상당한 어려움을 불러일으킨다”며 “고급과정에 맞는 교재가 없이 현재의 교재로 교육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역별로 개발된 한국어 교재는 초급, 중급, 상급 등 학생들의 한국어수준에 따라 개발되지 않아 학생들의 교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리고 교재수급 부족 문제를 최대 과제로 내세운 지역도 있었다.

타마라 카플란 러시아 극동국립대 교수는 “1990년 이후 한국어를 강의하는 대학 수는 급속히 늘어 전 러시아에 40개 대학에서 강좌를 열고 있지만, 교재도서들의 부족으로 인하여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다”며 한국어 교재의 부족으로 겪는 현실을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국의 경우, 교재가 잘 개발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돼 교재개발 지원에 지역적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성기 국제교류재단 한국어사업부장은 “미국의 교재에 있어서는 100만 달러를 투자해 성공했다고 판단한다”며 “중국에 이와 같은 투자도 앞으로 고려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점은 미국이 교재개발에 상대적으로 큰 지원을 받아왔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미국 등 한국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국가에 이러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지만, 중국 등 한류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 교재를 찾는 국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과 학문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재만은 있어야 된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이날 참가한 대다수가 한글어 교재개발에 대해 국제교류재단 등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도영 델리대학교 교수는 “현지에 맞는 적절한 교재 내용, 언어학적 반영, 지속적인 교재의 개발과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대학의 과목별 교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실제적인 수요가 적기 때문에 출판이 어렵고 내용도 수준을 균등히 맞추기 어렵다”고 국가적인 지원 없이 학회 차원에서 이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을 구체적으로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어 교재개발이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일주 국립 요르단대 교수는 “각 대학의 교수들이 한 곳에 모여 교과과정과 교재개발, 교육 자료들을 논의하여, 한국어 교재개발과 한국학 교육 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학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병윤 대외경제무역대학교수는 “교재는 교육과정, 교육이념 및 철학, 교육방법, 학습자에 대한 관점, 교육목표 등이 총 망라된 표상이기 때문에 한권의 교재가 지니는 의미는 사실 교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중국의 예를 들며 현재의 한국어 교재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2000년부터는 의사소통능력 신장, 학습자를 중심으로, 학습자들의 학습 흥미 유발과 과제 중심을 접목시킨 교재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다. 그러나 한국어교재들은 여전히 어휘 문법과 문형위주의 교재들로서 교재개발의 새로운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선 구성이 새로운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한국어학습목적을 놓고 보면 여행사, 사무직, 외교관 등 직업에 따라 서로 난이도가 달라야 한다. 여러 계층 학생들의 상황과 다양한 학습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체계가 있고 연계성이 있는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교재들을 보면 초급교재에 상대적으로 많이 편중돼 있고 중급이나 고급 교재는 별로 많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교재들 사이 연계성이 결핍돼 있다. 어휘목록, 문법조항, 교재의 내용 그리고 문형 같은 것을 사전에 체계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선정을 하여 배열해야 한다.

△교재의 내용기술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교재개발 시 문법을 제시함에 있어서 문법항목을 선정하는 것과 선정된 문법항목들 중에서 어느 문법항목부터 출현시켜야 교수와 학습에 이로우며, 또한 어떻게 배열해야 하는 것이 교수와 학습에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것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

인성기 부장은 “국제교류재단의 사업 중 가장 어려운 사업이 교재 개발 사업이다”면서 “이는 각국의 문화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며 앞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어 교재 개발의 문제점과 함께 각 지역의 교원수급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참석자들은 비전공자들의 교육과 교육자들이 현지어를 비롯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고, 교사수급문제의 해결방안의 하나로 교환학생 제도를 활성화하여 장기간 한국에 학생들을 보내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배울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극동대학교 타마라 교수는 “한국어문학 관련 핵심 교수가 한국 대학으로 빠져나가자 그가 맡았던 컴퓨터 사전 편찬작업이 5년째 중단됐다”며 교원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성기 부장은 “현재 한국어 교사 수급 문제를 맡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의를 통해 KOICA가 철수하면 대학교의 석사과정에 있는 사람을 1년 정도 보내려 검토하고 있고, 교사 양성도 필요하면 인원과 기간을 더 연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빅토르 우즈베키스탄 니자미사범대 교수는 “한국어의 성공적인 해외보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취업부분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야 한다”면서 “본인도 모 대기업이 우즈벡에서 철수하지 않았으면 교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며 “교재문제보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를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한국어교육학회 회장인 조항록 상명대 교수는 세미나를 마치며 “90년대 중반 이후의 한국어 지도는 다시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며 “잘된 곳은 잘된 대로 어려운 데는 어려운 대로 난재가 있어도 자연 발생적이고 문제가 어디든 해결해야 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고 한국어의 해외 보급은 개인과 개별 교육기관, 국가가 함께 만들어가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