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전 지속적인 관심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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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전 지속적인 관심 가져달라”
  • 시드니=임경민 기자
  • 승인 2006.12.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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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시드니 동포간담회

“한국이 성공해서 여러분들이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호주 사회에서 대접 받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오전 시드니 시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한인 동포들을 격려하면서 한국의 발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11시 15분. 호텔 2층의 제임스 쿡 볼룸을 가득채운 한인들의 우렁찬 박수 속에 입장한 노 대통령은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단상에 올랐다.

단상 위에는 좌로부터 조창범 재호대사,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백낙윤 한인회장, 노무현 대통령, 권양숙 영부인, 고희진 민주평통 대양주협의회 회장, 박영국 총영사가 자리했다.

백낙윤 한인회장은 환영인사에서 호주 한인 이민역사를 잠시 소개한 뒤 “최근 한국이 수출 3천억 달러 달성 등 여러 측면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자랑스럽다”며 “대통령님 뒤에는 한국의 발전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재외 동포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더욱 국정 운영에 심혈을 기울여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고희진 민주평통 지회장의 선창에 따라 대통령을 비롯한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샴페인 잔을 높이 들고 “위하여”를 외치며 한국과 한인사회의 발전을 기원했다.

노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자 크고 낭랑한 목소리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요새 제가 힘이 좀 빠진 것 아시죠”라고 반문해 청중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여당 내부에서까지 공격 받고 있는 국내 정치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그는 "그러나 이곳에 와서 동포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니 다시 힘이 난다"며 “이제는 해외 순방에서도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보다 어디에서 살아가든 주위의 모범이 되는 동포들의 모습에 오히려 자랑스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곳 호주에서도 한인들이 빠른 시간 안에 자리잡고 성장해나가는 내용을 전해 듣고 흐뭇했었다"면서 "한국도 큰 문제없이 발전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니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신문에는 안 나오는 얘기라며 "현재 한국이 장기적인 발전 계획 하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잘못 하는 면도 있지만, 조중동을 위시한 수구적인 언론이 국가 정책의 부정적인 면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소회가 담긴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소개한 국가 발전 장기 전략은 모두 6개.

그 첫번째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였다.
노 대통령은 “호주 정치를 보면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부럽다”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문화가 아직 한국에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저부터도 싸움을 많이 해 왔는데 과거의 유산인 극단적인 투쟁은 이제 정말 지양해야겠다”고 밝혔다. 대화와 타협을 우선하는 방식을 지향해왔으나 자신의 역량 부족으로 현재 그 대가를 받고 있다고 말할 때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쓸쓸한 감정이 묻어났다.

노 대통령은 두 번째로는 ‘혁신의 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여기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정부 혁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민간기업이 할 수 없는 부문을 책임지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철 밥통 공무원들을 통솔하며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2003년부터 차세대성장산업을 선정, 지원하는 등의 정책 분야의 혁신과 과학기술분야에서의 혁신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세번째 과제인 ‘균형발전’과 관련해서는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가졌던 국토 균형 발전을 도모했으나 23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저항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구적인 헌법 재판관들이 ‘관습헌법’이라는 작위적인 수사를 동원해 김을 빼버린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네번째로 얘기된 것이 ‘사회 투자’. 김대중정권 때의 ‘생산적 복지’를 대신한 개념으로 이날 연설에서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링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이 강조됐다.

노 대통령은 “한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그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들은 물론이고 ‘보편적 인재’를 위한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며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평생교육 등에 대한 투자는 결국 정부가 맡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섯번째로 언급된 것이‘능동적 개방’의 문제이다.
노 대통령은 도로공사, 토지공사 등의 예를 들고 이들이 국내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거의 끝났다면서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로 진출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은 개방의 길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자유무역과 해외투자 등의 개방의 길로 나갈 수 밖에 없는 한국경제의 입장을 설명하며 이 과정에서 재외 동포들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마지막 국정 과제로 언급된 것이‘평화와 안정의 구조화’이다.
노 대통령은 “일부에서 북한 핵 문제를 걱정하는데 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에 대해 균형을 넘어 우월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수비적으로 궁색한 입장에 몰려있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미동맹 등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경제 발전의 토대인 평화 정착을 잘 진행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 발전 장기 전략의 설명을 끝내며 감나무 이야기를 시작했다. 감나무를 튼튼히 성장시키고 오랫동안 감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처음 3~4년은 열매가 크기 전에 따서 버려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뿌리와 가지를 튼튼히 해야 하는 것처럼 참여정부 아래에서는 단기 처방인 경기부양정책 등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구조개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노 대통령은 또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지론인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 안 망한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문 스케줄상 세계적인 미항인 시드니에 2~3시간만 머무르게 되서 나도 정말 아쉽다”면서 “내년 APEC 정상회담 참석차 다시 방문할 때는 동포들과 보다 여유를 가지고 대화할 시간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연설을 마친 노 대통령은 따듯한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퇴장중 주변 교민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가벼운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날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강대원 재호대한체육회장은 “직접 뵙고 말씀을 들으니 정말 담백한 인격을 가진 분인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은 지금보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더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 나오니 오랜만에 수많은 한인 인사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한인사회 자체 행사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