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길, 그 거리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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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길, 그 거리와 차이
  • 조남철
  • 승인 2006.12.0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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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철(방송통신대 교수·본지 편집위원)
지난 11월 22일 민간회사인 KTF에서 지원하는 연길시 연북소학교의 민족문화교실 개관식과 시범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연길을 다녀왔다. 아직 따뜻한 서울의 날씨에 비해 많이 추었는데 그 기온의 차이만큼이나 큰 서울과 연길의 거리를 느낄 수 있었다.

장면 1 - 아쉬운 미안함-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시범수업을 하는 연북 소학교의 교실은 교사와 학생들의 흥분한 마음만큼 뜨거웠다. 1교시 역사교실에서의 수업은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의 이주역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그들의 노력이 따갑게 느껴졌다. 2교시의 예절 수업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보지 못할 ‘한복 입기 수업’은 선생님의 꼼꼼한 지도와 학생들의 진지한 자세로 한국에서 건너 온 참관단 일행을 감격하게 하였다. 몇 번의실수 끝에 의젓하게 한복의 옷고름을 매고 앉아 있는 아이들의 또랑한 눈망울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26살이라는 젊은 여교사 역시 수업을 위해 여러 날 동안 한복 입는 법을 배웠다며 보람찬 미소를 수줍게 흘렸다. 3교시의 민족문화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김치에 관한 수업을 경험했다는 이 수업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조사한 ‘떡’에 관한 내용을 한 시간 동안 막힘없이 설명했다. 교사의 지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우리들도 모르는 떡에 관한 이들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며 가슴 한 편에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낀 것은 필자만이 아니었다. 참관인 모두가 가슴 뿌듯한 감격과 함께 왠지 모를 아쉬움과 미안함을 느꼈던 것이다.

장면 2 -섭섭한 아쉬움-
다음 날 저녁 연길의 몇몇 지인들과 식당을 찾았다가 그곳에서 지금 한국에서 방영중인 중국 조선족 동포를 소재로 한 연속극을 같이 볼 기회가 있었다. 주인공 중의 한 명이 중국 조선족 동포였으므로 식사자리는 자연스레 그 연속극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자리를 같이 한 중국 동포들은 하나같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조선족 동포를 희화화시켰다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필자도 몇 번 본 일이 있는 연속극이어서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중국 지인들의 반응은 사실 너무 의외였다. 그 내용을 물었더니 주인공의 중국어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극의 내용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어떻게 그 많은 한국어를 짧은 시간에 중국어로 번역할 수 있겠느냐는 등 매우 지엽적인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이미 한국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의 안경을 쓰고 그 극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이 부럽고 한국에 가고 싶기는 하지만 그들이 무언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의 우리 동포들은 한국의 우리보다 훨씬 더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민족’이라는 단어는 피와 땀, 눈물이 배어 있는 구체적인 실존의 단어였다. 그들의 노고에 감격과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같은 민족인 한국인들에게 무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섭섭하고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간혹은 섬뜩한 증오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 겨울의 날씨보다 더 큰 이 거리를 좁히는 일에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민족은 가장 끈끈한 연대의 끈이며 21세기를 열어 갈 우리의 귀한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