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국제결혼여성세계대회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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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국제결혼여성세계대회를 마치며
  • 실비아 패튼
  • 승인 2006.11.20 0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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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 패튼(한미여성회 총연합회 회장)
지난 10월 27일부터 사흘동안 한국에서 제2회 국제결혼여성 세계대회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길은 작년과 다르게 마음이 무거웠다.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가 다녀가고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여당과 야당이 한목소리로 혼혈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서더니 조용하기만 하다. 호들갑 떨던 언론도 정부도 국회의원들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

"하인스가 어떻게 한국인이야. 미국인이지." "한국 등지고 떠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한국인이래." 비아냥거리는 동족의 목소리가 뒤통수를 친다.

지난 해 열린 국제결혼여성대회에서 장하진 장관이 주최하는 오찬이 있었다. 올해도 우린 기대하고 있었지만 사정상 청와대에서 영부인과 오찬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행사를 얼마 앞두고는 아무 이유없이 오찬이 취소되었다.

참가자들의 서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친정집에 찾아온 딸들은 차갑게 냉대를 당했다. 하인스같이 영웅이 되어 돌아와야만 '어서 오라'고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것일까. 하인스 방문 이후 정부 여당은 출입국 및 국적법을 개정하는 등 '혼혈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했고 법무부는 '한국인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외국인에게 국적과 영주권을 주도록 올해 안에 법을 고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혼혈인의 법적 지위를 높이고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로 했고 혼혈아동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복지 혜택을 증진하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모두 하인스 워드가 한국을 다녀간 후 정부에서 발표한 것들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가? 반짝 관심이고, 말뿐인 정책이었다.

국제결혼여성들을 표현할 때 개인적으로 우수한 여성에게는 한인여성이라고 표현한다. 안 좋은 일이 있어 우리를 표현할 때는 국제결혼의 전력을 갖고 있다거나 국제결혼여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쓰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그것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의 머리 속에 한인의 인식이 어떤가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또다른 한국인들의 색깔을 보고 느낀다.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며 남에게 상처주는 말 한마디 글 한 줄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표현하자. 국제결혼이라는 무지개 색깔은 아름다운 색이다. 국제결혼여성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해 위상을 높일 때면 우리는 다른 한인들보다 더 기쁘고 더 자랑스럽다. 우리도 한국의 딸이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여성'은 우리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중문화가정 다문화가족 여러가지 다른 표현도 있겠지만 우리는 논의 결과 '국제결혼'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기로 결정했다. 다문화가정 여성이라고 해서 한인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 안타깝지만 주류사회에 진출해 한국을 알리고 우리의 위상을 높여주는 국제결혼여성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내년에 친정집을 찾아갈 땐 버선발로 뛰어나오지는 않더라도 품에 안겨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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