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깽 후손들, 연극 <애니깽>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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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깽 후손들, 연극 <애니깽> 만나다
  • 정재수 기자
  • 승인 2006.10.2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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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김상열연극사랑, 애니깽 후손 30여명 초청 공연

▲ 오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연극 <애니깽>. 사진제공=김상열연극사랑

‘이 연극을 멕시코 애니깽 농장에서 고통과 눈물 속에서 사라져간 1033명의 영혼들께 바칩니다’  - 연극 <애니깽> 작가 고 김상렬.

지난 1988년 고 김상렬 씨가 초연한 연극 <애니깽>이 18년이 지난 13일 1033명 영혼들의 후손들이 보는 앞에서 연극 무대로 다시 펼쳐졌다.

<애니깽>이란 선인장과에 속하는 용설란의 일종으로 독소가 많고 밧줄과 카펫의 원료로 재배되고 있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특산물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국민들에게 <애니깽>은 1904년 멕시코로 간 조선인들과 그 후손들을 일컫는 말로 각인 돼 있다.

당시 조선인들은 하와이 이민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영국 선박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한달 반만에 도착한 곳은 멕시코, 지옥보다 더 한 곳이었다. 하루 1천개의 애니깽 잎을 따지 못하면 채찍으로 맞으며 노예처럼 생활했던 곳이다.

조선인들은 이 고통스럽고 힘든 생활을 견뎌내며 삶의 터전을 일구어 냈다. 그렇게 삶의 터전을 일구기까지의 슬픈 역사 이야기를 초연 당시에는 커다란 사회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조선인들의 슬픈 역사를 <애니깽> 후손들이 직접 ‘한국 땅에서 한국의 연극’으로 보게 된 것이다.

▲ 지난달 4일 재외동포재단과 주멕시코한국대사관이 실시하는 ‘제1회 멕시코한인후손초청 국내 직업훈련’ 입교식에 참가한 후손들.

극단 김상열연극사랑(대표 한보경)은 지난달 4일부터 인천 부평에서 재외동포재단과 주멕시코한국대사관이 실시하는 제1회 멕시코한인후손초청 국내 직업교육 훈련생 30여명을 지난 13일 연극무대 손님으로 초청, 특별공연을 한 것.

대부분이 <애니깽> 후손 3,4세들인 훈련생들은 자신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멕시코에 와서 힘들게 정착했던 이야기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꼈다. 공연 내내 후손들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공연을 본 후 후손3세인 마리아(27)씨는 “모든 장면에서 감동을 받았다. 특히 농장에서 고생하는 모습들과 굶주림과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은 것이 가장 가슴에 아팠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후손4세인 호르헤(29)씨는 “충격적이었다. 할아버지와 친지들에게 들어왔던 내용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김상열연극사랑 이효숙 실장은 “<애니깽>후손들을 초청하게 된 계기는 저희 극단이 공연을 올리면서 ‘연극사랑나누기’라는 행사를 펴고 있는데 보통 소년소녀가장이나 장애우들을 초청하는데 이번 연극 내용상 멕시코나 쿠바쪽을 알아보다가 MBC 멕시코 이민 100주년 특집 3부작 <에네껜>을 연출한 정길화 PD를 통해 알게 돼 이들을 초청하게 됐다”며 “때마침 후손들이 한국에 와 있을 때 공연을 하게 돼 더욱 좋은 공연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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