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의 화해는 금강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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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의 화해는 금강산에서
  • 천원주
  • 승인 2006.10.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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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풍악산을 관광했다. 만물상에서 삼일포로 그리고 ‘선녀와 나뭇꾼’의 무대였다는 상팔담까지. 상팔담에 담긴 비취색 물은 얼마나 아름다운 지 “금강산의 물은 떨어지면 옥수요, 고이면 담소요, 마시면 약수”라는 말을 실감케했다.

7년만에 다시 찾은 금강산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등산로 곳곳에는 예전에는 없던 간이 판매대가 설치돼 있었다. 북한 안내원들의 표정이 훨씬 밝아졌고 복장도 화려해졌다. 그들은 남쪽 돌아가는 얘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관광객들의 질문에 적극적이고 격의없이 응해 주어 등산길을 가볍게 만들어줬다. 입국관리소 군인들의 무표정한 표정이라도 보았으니 망정이지 그들이 없었다면 남북 분단의 현실을 잊어버릴 뻔 했다. 사실 이곳마저 국제공항 세관처럼 변해버리면 관광상품으로서의 금강산의 가치는 상실되는 것이 아닌가.

관광객이 묵는 금강산 호텔의 한 북한 안내인은 남쪽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금강산 관광객은 17만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6%가 줄었다고 한다. 경기하락 탓이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미사일 위기일 것이다. 단체여행이 아닌 일반 관광객들, 특히 젊은 층들이 많지 않은 것은 곱씹어 볼 대목이었다.

금강산 방문은 여행 자체로만 친다면 비용과 편의시설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운영을 맡고 있는 현대 아산측이 관광객 흡입 노력으로 해수욕장 골프장 식당가를 속속 개장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동포애’와 ‘북녘’ 이라는 의미를 찾는 여행객이 대다수일 것이다.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참여정부는 요즘 사면초과에 빠져있는 듯하다. 남북간의 공식대화 채널은 지난 7월 부산 장관급 회담이 결렬된 이후 2개월째 끊겨있다. 그 여파로 이산의 아픔을 달래 줄 이산가족면회소의 공사가 중단된 채 금강산 입구에 흉물스럽게 서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전시 작전통제권 행사와 관련 온갖 억측을 쏟아내며 정부를 옥죄고 있다.

한미 FTA에서 한국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쟁점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국의 무시로 의제로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수익금으로 미사일을 만드는 데 어떻게 한국산으로 인정하겠냐는 자세다. 한마디로 바깥으로 북한과 미국과의 대치, 안으로는 보수 진영의 세력 확장 속에서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입지는 잔뜩 움추려져 있다.

민간 교류의 가치는 이럴 때 빛이 난다. 민간 채널이 거의 없던 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일촉측발의 위기감이 온나라를 덮쳤을 때 너나할 것 없이 전쟁공포감에 비상 식료품을 사재기하지 않았던가. 2002년 서해교전이 터졌을 때 확전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올해 미사일 발사 여파로 남북장관 회담이 결렬됐어도 평화의 믿음이 깨지지 않은 것은 금강산을 비롯한 다양한 민간 통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역사는 도도이 흐른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궤도 이탈 상황이 아무리 생겨나도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향한 기차는 더디지만 굴러가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로 시작한 북한 길은 얼마나 많은 냉전의 빙하를 녹여 놓았는가. 머지 않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쌀 비료 지원이 재개되고 이산가족들은 다시 상봉하기 시작할 것으로 믿는다. 개성 관광, 백두산 관광길이 뚫리고 철도가 이어지고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나게 되고. 남북간의 화해는 금강산에서 시작된다고 하면 나만의 감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