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수리스크 한민족 문화학교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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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수리스크 한민족 문화학교를 아십니까?
  • 조남철
  • 승인 2006.09.1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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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우수리스크 한민족 문화학교를 아십니까?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러시아의 연해주 지역은 우리 민족의 슬픈 근세사를 잘 보여주는 뼈아픈 현장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 민족이 연해주에 공식적인 주민등록을 하고 거주하기 시작한 것이 1864년이니 벌써 14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920년대 이미 20만 이상의 우리 동포들이 집단 거주지인 신한촌을 이루고 ‘레닌기치’, ‘권업신문’ 등을 발행하였고 각급의 학교까지 운영하고 있었다고 하니 역사에 걸맞은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들 동포들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그들의 땀과 노고가 배어 있는 연해주를 떠나게 됩니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이들 고려인들은 소련 연방 해체 이후에는 다시 러시아로 쫓기듯이 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들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로 쫓기듯 돌아 온 이들 고려인 동포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예전 그들의 선조들이 떠났던 연해주로 다시 모여 들고 있으나 국적문제 등의 해결도 쉽지 않고 오랫 동안 우리말 교육을 받을 기회마저 갖지 못해 매우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러시아 이주 140주년을 맞는 2004년, 연해주 지역에는 두 가지 의미있는 사업이 준비되었습니다. 하나는 140주년 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 연방정부에 청원을 넣어 우수리스크에 한민족 문화학교를 개교하는 일입니다.

140주년 기념관은 한국정부와 뜻있는 인사들의 도움으로 건물구입을 마치고 내부 공사를 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만, 우수리스크 한민족 문화학교 개교는 아직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작년 9월 1일 개교하여 한글과 우리 민족문화 교육을 시작하기는 했습니다만, 부족한 교실을 마련하는 일 등은 진척이 쉽지 않아 어려운 형편에 봉착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작년 7월 한국에서 ‘우수리스크 민족학교 후원회’를 만들고 다양한 도움의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수리스크 제 3학교의 러시아인 교장을 비롯하려 관계되는 몇몇 동포들도 초청하였습니다. 그리고 후원회의 발족식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주 감동적인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한 많은 한국인 관계자들에게 부끄러움과 감동을 함께 준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러시아 측 실행위원장인 고려인 동포 조 엘레나의 인사말이었습니다. 조 엘레나 위원장은 우리말에 익숙하지 못해 종이에 써 왔다며 우리말을 떠듬떠듬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다 덧 붙였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한 모국의 여러분에게 미안합니다. 한 민족으로 우리말을 잘 하지 못해 너무 미안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우리말을 배워 다음에는 종이에 쓰지 않고 인사말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침묵했습니다. 마침 사회를 보던 제가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어느 누가 조 위원장의 한국어가 서툴다고 말할 수 있느냐? 그 동안 우리 정부와 우리가 이들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어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일이 도대체 무엇이 있느냐? 지금 이만큼이라도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조 위원장에게 오히려 우리 모두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느냐? 라고 말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정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그 동안 우리 해외동포들의 우리말, 글 교육을 위해 어떤 일을 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입니다. 마침 한글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때 더욱 그러한 생각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