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시대는 갔다…북한 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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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시대는 갔다…북한 포용해야”
  • 시민의신문
  • 승인 2006.08.1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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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옥천언론문화제 도올 김용옥 선생 초청 강연
 지난 14일 저녁 7시 충북 옥천문화원 대강당에서 도올 김용옥 선생이 제4회 옥천언론문화제’를 기념하여 초청강연한 ‘도올이 본 옥천과 조국의 미래’ 내용을 발췌 정리해 본지에 싣는다. 편집자 주

옥천은 예로부터 많은 인물들이 얽혀 있는 곳이다. 백제의 성왕은 이 지역에서 전사했다. 최수운은 인간 평등을 외치며 일어섰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르는 정말 위대한 인물이 있다. 바로 청산 출신인 조동호 선생(趙東祜 1892~1954)이다. 여운형을 만들어준 그림자 같은 존재가 바로 조동호다. 1919년의 3.1운동은 괜히 일어난 게 아니었다. 그것 역시 조동호, 여운형, 장덕수 등이 치밀하게 준비한 성과였다.

아무튼 조동호 선생은 옥천의 작은 불씨였던 셈이다. 그러다가 상해임시정부가 여러 어려움에 처하자 국내로 들어와 조선공산당의 창당 멤버가 되었고 건준의 이름에도 올리게 되었으나 여운형이 살해당한 후 절필하여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

이러한 조동호 선생의 영향이 정지용과 송건호에게로 이어졌다.
옥천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송건호 선생과 같은 대 인물이 옥천에서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 힘은 풀뿌리 언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20세기는 폭력의 세기였다. 지금은? 고법 부장판사까지 감옥에 들어갔다. 그런 세상이 왔다. 노무현이 정치를 못해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 하지만 과거는 폭력의 시대였다. 길을 걷다가 경찰에게 두들겨 맞아도 아무 말도 못했다.

아직 6.25는 끝나지 않았다. 내일은 광복절(光復節)이다. ‘빛을 회복한 날’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광(光)’자는 ‘모습’의 뜻도 된다. 즉 ‘광복’은 본래의 모습을 제대로 찾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본래의 모습을 찾았나? 광복 됐는가? 일제 강점 이전에 우리는 분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우린 아직 광복되지 않았다. 광복절이라 부르면 안된다.

우리나라 언론은 ‘6.25 언론’이다. 이 시점에서 옥천을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 냉전적 멘탈리티는 지금까지 ‘6.25 언론’을 통해 내려오고 있다. 나는 옥천이 이러한 흉악한 언론을 거부하고 진정한 미래를 창출해가고 있다는 데에 깊이 감동했다. 이제 옥천을 통해서 우리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언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싸워서 언론을 없앨 수는 없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능가하는 새로운 언론을 만들면 된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역사, 새로운 비전,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그 핵심에 옥천이 있다. 나는 앞으로 옥천을 지원할 것이다.

이념의 시대는 갔다. 더 이상 좌우파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때로는 북한이 한심하게 느껴지더라도 포용해야 한다. 대립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포용을 위해서는 공부하고 새로운 비전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투사’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새로운 샘플 없는 막연한 투쟁은 별로 효과가 없다.

깨인 마음으로, 진심으로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