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론스타’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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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가 ‘론스타’가 된다면?
  • 이종태 <쾌도난마 한국경제> 저자
  • 승인 2006.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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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언론의 관심은 단연 그 과정의 ‘불법성’에 쏠려 있다. ‘불법적 인수’라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합법적 인수’는 좋은 것인가.

이론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슈다.

현실 속에서 자국의 시중은행을 해외자본, 그것도 투기자본에 인수시키는 사례(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는 매우 희귀하다. 미국은 은행 이사 자격에 거주지 및 국적 제한까지 명시하면서 자국 은행들을 방어하고 있다. 미국인이 아니면 미국 은행에 대한 소유나 지배는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경우 국영 대형은행들을 민영화하면서 협동조합 구조를 재도입했다. 은행에 대한 소유권과 지배권은 결사적으로 지키겠다는 각오다.

그런데도 우리 재경부 관료들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기는 과정에서 별다른 자책감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금융세계화라는 대세 속에서는 우리 은행이 투기적 금융자본의 희생물이 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자본’(금융자본)이 그 투기적 속성을 분명히 한 연대는 1980년대이다. 미국의 자본가들은 기업에 돈을 빌려주기보다는 ‘기업 그 자체를 사고 파는 것’이 훨씬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는 비결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예컨대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의 지배주주가 되는 방법이다. 지배주주가 되면 인력과 설비를 정리하고, 이 사실을 선전하여 해당 기업의 주가를 띄운 다음 주식을 매각, 떼돈을 벌어들인다.

그 수익 또한 ‘째째한’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 따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런 식의 ‘첨단금융기법’을 실천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구성한 펀드를 사모펀드라고 하는데 론스타도 이 중 하나이다. 말이 첨단금융기법이지 사실상 ‘돈놀이’다.

이같은 ‘첨단금융상품’들의 메카는 당연히 미국의 월스트리트였다.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돈놀이를 하려면 다른 나라들에서도 기업을 자유롭게 사고 팔며 그 수익을 자유롭게 송금하는 질서, 즉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했다. 이것이 한국에 반강제적으로 이식된 계기가 바로 ‘IMF 사태’이며 그 결과 중 하나가 이번 외환은행 사건이다.

참여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허브 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피해국에서 가해국으로 거듭나려는 몸부림이다. 최근 도입된 자본시장통합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금융기관 아웃소싱 관련법 등은 기실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를 활성화해서 중국 같은 나라를 공략하자는 것이다.

그리 윤리적인 정책인 것 같지는 않지만, 제조업 기반이 날로 위태로워지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계적 고수익 첨단산업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일 것이다.

금융 세계화에 정면으로 저항할 것인가, 아니면 ‘대세’에 편승해서 그나마 국민경제의 진로를 정하는데 협조할 것인가. 필자는 이 주제야말로 한국의 시민사회가 외환은행 인수의 불법성 여부를 넘어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공은 곧 시민사회로 넘어올 것이다. 윤리 또는 비윤리의 이분법으로는 현실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