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포 우리말 교육은 민족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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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포 우리말 교육은 민족의 미래
  • 조남철 교수
  • 승인 200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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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의 자료에 의하면 2005년 현재 한반도 밖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의 수가 66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남북을 합한 인구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우리 민족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조선족, 일본의 재일동포, 러시아의 고려인 등 우리에게 익숙한 명칭이 바로 이들인 것이다. ‘세계 속의 한민족’이라는 구호가 실감나는 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인가? 이미 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들 재외동포들은 예전 제 나라가 힘없고 가난하여 제 나라의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정든 고향과 고국을 떠난 이들의 후손들이다. 정든 고향과 고국을 떠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던 이들이기에 이들의 한과 슬픔이 어떠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한과 슬픔이 너무 가슴에 맺혀 있어 이들 재외동포들은 고국과 민족에 대한 마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남의 나라에서 온갖 차별과 설움을 받으면서도 우리 한글과 우리말, 풍속과 문화를 향한 질긴 인연의 끈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은 대학교를 비롯한 각급의 학교를 통해 민족교육에 대한 집념을 이어 왔으며 일본에서도 대학교를 비롯한 각급의 조선학교를 통해 50년 이상 한글 교육과 민족교육을 실행해 왔다. 민족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한한 영원성, 핏줄의 질긴 인연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며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가 이들 재외동포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워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들의 현실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러시아의 고려인은 스탈린에 의한 강제이주로 한글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중국의 조선족교육은 중국의 개방정책 이후 조선족 학교의 급격한 감소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주로 총련계 학교에 의해 진행된 재일 한국인의 우리말, 한글 교육도 심각한 재정적,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형편이다.

재외동포의 한글교육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말과 글은 어느 민족에게나 같은 민족임을 확인시키고 그들의 얼과 혼을 지켜주는 정신의 질긴 끈이다. 세계 어느 곳에 살고 있든지 우리 민족을 우리 민족으로 묶어주는 공감대의 핵심적 존재인 것이다.

필자가 봉사하는 ‘동북아 평화연대’에서는 2004년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제3학교’에서 한글교육을 할 수 있도록 러시아 연방정부의 승인을 얻었다.

이 사업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2005년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고려인 민족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조직하였으며 이 학교에서 한글교육과 한민족 문화교육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계획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차원의 이 사업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들을 돕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지구촌의 세계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우리에게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 자원은 바로 세계 곳곳의 재외동포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예전 제 나라가 돌보지 못한 백성의 후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리고 21세기 세계 속의 한민족이라는 큰 그림을 위한 유용한 자원이라는 의미에서도 재외동포들의 한글교육은 지금 이 시기 재외동포 정책의 최우선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한 한글교육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의미있는 투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