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용기 조종사 출신으로 냉전시대에는 유망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활약하다, 러시아의 이중간첩으로 몰려 고초를 겪었던 폴 가블러가 지난달 19일 애리조나주의 한 병원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사망시 88세였던 가블러는 2차 세계대전 때 남태평양 전투에서 전폭기 조종사로 이름을 날린 뒤 해군 방첩부대를 거쳐 한국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개인 전용기 조종사로 일했었다.
이후 CIA에 투신한지 10년만인 1961년 해군 무관의 직함 아래 CIA 모스크바 책임자로 일하면서 러시아의 유명한 이중간첩 올레그 펜코프스키 중령을 지휘하는 등 승승장구했었다. 그러나 러시아계 아버지와 폴란드계 어머니를 둔 그는 CIA의 이중간첩 색출 바람이 자신에게로 뻗쳐오면서 승진과 보직에서 인사 불이익을 당했으며 결국 CIA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1970년대말 은퇴를 앞두고 수백만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 그가 겪은 고초 내용은 톰 맨골드의 베스트 셀러인 '냉전의 전사'에 인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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