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안 반대 시위 미 전국서 계속
상원 법사위가 27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초청(guest) 노동자 프로그램을 포함한 포괄적인 이민법안을 처리함으로써 상원은 28일부터 이 안을 놓고 2주간 심의에 들어간다.
그러나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은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에 반대하고 있어 상원 본회의 심의 과정에서 논란과 수정이 예상된다.
또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 없이 불법이민 단속에 초점을 맞춘 하원안과 상원 법사위안이 정면충돌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새 이민법 확정 때까지 미국 사회 전체가 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이날도 로스앤젤레스와 주변지역에선 남미계 고교생들이 대거 참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수도 워싱턴과 디트로이트 등 미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특히 하원안에 대한 반대. 항의 시위가 5일째 이어졌다.
▲상원 법사위안 처리 = 부시 대통령의 이민법 개정 구상과 그동안 상원에 제출됐던 매케인-케네디안 등을 모두 포함한 포괄적인 이민법안을 민주당측 주도로 처리했다.
이 안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임시로 합법 노동허가를 내주는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뿐 아니라 시민권 신청을 위해 일단 미국 밖으로 출국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이 안은 특히 미국에 불법이민하는 사람들을 형사처벌토록 한 하원안과 달리 형사처벌 조항도 삭제했으며, 불법이민자에게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음식, 숙소 등을 제공한 사람이나 자선기관, 교회 등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도 없앴다.
대신 현재 1만1천300명인 국경순찰요원을 앞으로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2배로 늘리는 등 멕시코와 국경 등에서 밀입국 방지 순찰을 강화토록 했다.
법사위의 법안 처리과정에서 민주당측은 통일된 입장을 취했으나, 공화당측은 재선을 노리는 의원들이 민주당측에 섬으로써 민주당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시위 = 지난 수십년간 최대 규모인 50만명이 지난주말 하원안 반대시위를 벌였던 로스앤젤레스와 주변지역에선 이날도 20여개 고교에서 주로 남미계 학생 2만여명(AFP통신)이 수업을 거부한 채 거리로 뛰쳐 나왔다.
일부 학교에선 교문을 잠갔으나 학생들은 담을 뛰어넘어 학교밖으로 진출, "오늘 우리가 학교를 나가지 않으면, 법이 통과될 경우 우리중 절반은 학교를 나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의사당 주변에선 약 1천명이 한국인 참가자가 치는 북과 징소리에 맞춰 "우리는 아메리카"라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였고,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각 교파 성직자 100여명은 상원의원들을 찾아 "이민권은 기본인권"이라며 하원의 반이민법안에 대한 반대 로비를 벌였다.
이 시위에 한국 동포들은 뉴욕 70여명을 포함해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등에서 모두 100여명이 참가했다.
시위자들 가운데 약 100명은 불법이민자들을 돕는 사람들은 누구든 처벌토록 한 하원의 반이민법안에 항의, 수갑을 찬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디트로이트에서도 멕시코계 이민자 등 5만명이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이 지역 한 시위주도 단체 관계자는 이를 "새로운 민권운동의 탄생"이라고 불렀다.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등에서도 수천명에서 수백명이 반이민법안 시위를 벌였다.
▲부시 반이민 기류 경계 =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미국 시민증 수여식 연설에서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므로, 이민자들이 미국의 정체성에 위협인 것처럼 말해선 안된다"고 의회의 반이민 기류를 경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과 멕시코 국경 경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자신의 이민법 개정방향을 의회가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이민 전통이 미국을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거듭 강조하고 "전 세계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과 가족을 떠나 만난을 무릅쓰고 미국에 오려하는 것은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이 여전히 이민자를 "환영하는 사회"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NBC-월스트리트저널 공동여론조사나 퀴니피액 대학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불법이민자들에게 임시로 합법 노동 자격을 부여하는 부시 대통령의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은 등 반이민 흐름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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