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임 공관장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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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임 공관장에게 바란다
  • 박채순
  • 승인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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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0명의 공관장이 임명을 받고 각각 새 임지로 떠났다.

공관장은 외교관의 꽃으로 상징되어 주재국에서 최고의 예우를 받으며 화려한 파티를 즐기는 모습으로 연상된다. 그러나 그들은 현지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외교 교섭, 국가 홍보, 통상 증진을 위한 일, 문화 교류 업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국가 공무원이다.

즉 그들은 한국의 안정과 이익을 위한 업무와 우리나라 기업의 사업과 한국과 주재국과의 교류 확대를 위한 과제 등으로 총칼 없는 전쟁의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현지 사령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대사로 재직하였던 한 외교관의 부인이 쓴 시를 통해서 그들의 직업을 “세상에 수청 드는 사람”으로 묘사하였다.

국가를 위한 외교관과 부인의 과제가 마치 세상 모두에 수청을 드는 여인네와 같이 고달픈 일이라는 것이다. 공관장은 냉철한 국제 분석과 통찰력 및 주재국의 언어와 문화의 이해를 갖추고 투철한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세계화와 지역화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현장에서 힘든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재외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을 위하여 제반 행정적인 편의를 제공함은 물론 최종적으로 그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어떤 공관장은 공관 직원들에게 지나친 교민들의 접촉을 자제하라고 하는가 하면, 많은 대사관에서 보안을 핑계로 교민들의 공관에로의 접근을 용이하지 못하게 하는 등, 고국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동포들을 아주 귀찮은 민원인으로 간주하는 일이 가끔 있다고 한다.

우리의 재외동포는 본인들의 편의만을 위해서 해외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사실 많은 재외동포들은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시기에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국경을 넘었던 후손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동포들이 교두보가 되어서 우리나라의 국가외교에 많은 기여를 하였고,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과 활동에 커다란 도움을 준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재외동포는 현지에서 부를 생산하고 축적함은 물론이며, 문화교류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그들의 대부분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이며 민간 외교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교민들을 대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방문중 노무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동포간담회에서 “한국이 성공한 원인의 하나가 교민들에게 있다”며 “재외동포들이 세계 각지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노력 때문에 오늘의 한국이 있는 것” 이라 하고 “대한민국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거점을 개척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현지를 찾은 대통령으로서 동포에게 위안을 주기위한 표현일지라도 우리 재외동포의 가치를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이 세계 175개국에 7백여만의 우리 재외동포가 생활하고 있다.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는 중국의 화교와 이스라엘 민족과 같이 한국의 재외동포는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것이다. 이제 같은 문화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 국민과 재외동포를 아우르는 한민족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향후 치열하게 전개될 각국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포들의 역할이 우리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임공관장들은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동포를 대하여, 향후의 비전과, 한국문화의 보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 유지를 위한 교육 등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