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프로덕션, 해외 비디오 총판권 재선정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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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프로덕션, 해외 비디오 총판권 재선정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마찰
  • maninlove
  • 승인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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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프로덕션이 MBC프로그램을 동포들에게 배포하는 총판권자를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총판권자들과 대여점주들이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서 동포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MBC 프로덕션은 지난해부터 유럽, 호주, 일본, 뉴질랜드에서 총판권자를 재선정했다. 이중 일본, 뉴질랜드에서는 2001년 KBS와 공동으로 총판을 선정했으나 지난해와 올해 단독으로 총판을 뽑았고 유럽지역에서는 전체 총판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3개국으로 분리했다. MBC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동포수가 1만명이 넘는 지역에 한해 단독총판을 선정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총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MBC가 관행적인 '상도의'를 저버렸다"며 일부 지역의 기존 총판업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유럽지역 총판권을 가지고 있다가 계약을 해지당한 '코리아비디오센터' 최백희(54, 독일 거주)씨는 "계약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기존 총판에 재계약 권리를 우선 부여할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고 10년 이상 계약을 이어왔다"며 "계약을 해지하려면 협의를 거쳐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MBC프로덕션은 사전에 협의 한번 없이 만료일 당일에 유럽총판 분할을 통보해 왔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 "MBC가 공급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15년 동안 불모지를 가꾸기 위해 인생을 바친 것에 대한 보상을 하고 권리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V영상물 해외배포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영상물의 해외배포는 현지법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야하는 일"이라며 "초창기 해외 비디오 총판업자들은 현지법의 심의를 통과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 바 이에 대한 권리는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MBC측이 새로운 총판선정 공개모집을 할 때 단독총판 방침을 밝히지 않다가 공모가 끝난 후 기존 타사겸업 총판업자는 배제한다는 방침을 뒤늦게 전달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백희 씨는유럽총판분할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MBC측에 낸 것과 관련, MBC프로덕션과 명예훼손으로 소송이 진행중이다.
비디오 대여점 운영자들은 단독총판 방침 자체가 "현지의 실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MBC 뉴질랜드 비디오총판 분리를 막기 위한 대여점 모임(이하 대여점 모임)"은 지난 6월2일 문화방송 사장에게 낸 탄원서에서 "지난 4월초 문화방송 간부들이 현지시장상황을 조사하고 갔다고 들었지만 직접 만나지 못해 현지 상황을 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여점 모임은 이어 "현재의 뉴질랜드 시장 규모로는 MBC단독으로 총판을 정하여 시장을 분리하면 (비디오 소매점의)영업은 금방 무너지고 말 것"이며 이는 "영세한 사람들의 생계수단을 망하는 길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MBC 프로덕션 측은 단독총판은 "한 업자가 방송3사의 총판권을 독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방지하고 교민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현재 단독총판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총판 간 선의 경쟁을 통해 고객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비디오렌탈 인구가 늘어나면 3개사 총판을 모두 하는데 따른 투자비, 관리비용 대비 수익이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총판은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절차를 거쳐 선정했다"면서 "기존 총판에 대해서는 계약기간 동안 권리를 보장해 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비디오대리점 운영자들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재일본한국비디오연합회장 임규섭씨는 "총판이 분리된 이후에도 프로그램 공급속도가 느리고 서비스가 개선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이나 위성방송에 고객을 빼앗기고 경기침체로 교민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총판간의 경쟁으로 대여점수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디오시장은 시장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다수 동포들은 모국 방송사들이 동포들에 대한 프로그램 공급을 '고국의 문화를 전한다'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강혜진(30)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조카들이 모국 방송프로그램 비디오를 보며 한국을 자연스레 배우고 있다"면서 "한국의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공급을 영리사업으로만 인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9매) 구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