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한인회 정기이사회 '난장판'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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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한인회 정기이사회 '난장판' 연출
  • 캐나다 한국일보
  • 승인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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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도 못 다루고 폐회

고성·욕설...사진기 빼앗기도
총회소집 놓고 정관시비 재연 

9일(목) 토론토한인회관에서 열린 한인회 정기이사회(2005년 4차)가 회의 초반부터 회순채택 등을 놓고 격렬한 설전과 공방전이 벌어진 탓에 안건이 채 다뤄지지도 못하고 폐회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이사회에서 굵직한 안건들이 심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총회 일정이 오는 25일로 잡힌 것과 관련해 또 다시 정관 논란이 발생, 한인회를 둘러싼 잡음과 진통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수일 전부터 일부 이사들이 김홍양 이사장의 퇴진을 추진했기 때문에 이날 회의를 앞두고 한인회 주변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날 회의에서 이사장 밀어내기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이사들이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던 김 이사장은 평소와는 달리 인사말을 통해 유승민 회장이 지난달 임시총회 서명자들을 공개하지 않은 점과 회관이전추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자신과 상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쓴소리'를 했다. 

 이후 유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회순을 채택하는 순서에서부터 이날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제동이 걸렸다. 김 이사장으로부터 법규·상벌분과위원장 경질 통보를 받은 뒤 김 이사장 퇴진을 추진해온 조영연 이사가 이사장의 거취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가자고 발언하자 김 이사장 등이 "오늘 회의 안건에 포함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고 뒤이어 여러 이사들이 이사장 퇴진 추진 및 분과위원장 교체, 달력대금 시비, 이사회의록 변조 논란 등 정식 안건이 아닌 사항들에 대해 설전을 벌이면서 회의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동시다발적인 고성이 오가는 속에 발언권을 둘러싼 시비가 일어났고 소란스런 상황에서 조영연 이사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이사들의 사진을 찍자 옆에 있던 신중화 이사가 카메라를 빼앗고 다른 이사들도 초상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조 이사를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일반회원의 자격으로 회의를 지켜보던 교민이 "이사장을 바꾸려면 회장도 바꿔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B모 이사와 설전을 벌이다가 흥분한 상태에서 욕설을 내뱉고 B이사에게 돌진하는 험악한 상황마저 벌어지면서 회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일부 이사들은 "이런 식의 회의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흥분한 이사들에게 자중해줄 것을 당부했으나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2005년 사업실적 및 결산보고를 비롯해 감사보고 및 이전검토위원회 보고 등의 안건을 놓고 회순을 채택하려던 김 이사장은 결국 회의시작 1시간50분 만에 폐회를 선언, 이날 회의는 한인회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행사태로 막을 내렸다. 

 한편 유 회장이 25일 정기총회를 소집한 것과 관련, 일부 이사들은 "지난 수년간 총회는 4월에 열렸다"며 "이사회에서 다루지 않은 안건을 곧바로 총회로 올리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 인사말을 통해 "출장과 휴가로 인해 25일 총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던 유 회장은 "이사회에서 안건을 다루지 못하고 이사들이 스스로 회의를 포기했는데 어쩌란 말이냐"며 "정부에 보고해온 영문정관에 따르면 총회는 3월에 열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각에서 "영문정관을 따른다면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해야 하며 25일 총회에서도 회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유 회장은 "엄밀히 따지면 작년 회장선거는 총회의 성격도 있었다"며 25일 총회에서의 회장 선출은 억지주장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89년판 영문정관과 그 번역본만이 한인회의 유일한 정관이라는 주장은 작년 11월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올랐다가 부결돼(9일 배포된 당시 회의록에도 수록됨), 유 회장의 3월 총회 소집의 정당성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2001년판 한글글정관에는 정기총회가 4월에 열리도록 돼 있어 영문정관과 그 번역본, 2001년 3월에 개정된 한글정관을 일원화하는 정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새삼 다시 일고 있다. 

 • 유지훈 기자 [jeehoon@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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