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민수입니다'...팔순의 '한국 매니아' 마이클 리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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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민수입니다'...팔순의 '한국 매니아' 마이클 리조씨
  • 미주중앙일보
  • 승인 2006.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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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매니아인 리조씨에겐 태극기와 하회탈도 매력있는 수집품이다.
"겉 모습은 다르지만 저도 이제 반은 한국사람입니다."

유별한 한국사랑 탓에 거처까지 한인타운으로 옮긴 백인 노인 마이클 리조(82)씨는 '한국 것'이라면 무조건 "오우케이"다.

북동부 코네티컷주 출신인 리조씨가 가주로 이주한 것은 지난 82년. 골프 캐디 보험 에이전트 홍보 담당 등으로 일하다 은퇴한 후였다.

평생 독신으로 살고 있는 그는 현재 윌셔와 그래머시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매너 시니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거주자 90% 이상은 한인 노인들.

리조씨는 이곳에서만 10년 넘게 살고 있다. 최근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한류 열풍'의 원조격인 셈이다.

그가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2년 전. 비를 피해 우연히 한국문화원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1994년 봄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비가 엄청 내렸어요. 그때 마침 한국문화원 건물이 보이더군요. 무작정 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를 보고 한 여안내원이 너무나도 친절히 대해주더군요. 아직도 그분 얼굴이 선명합니다."

그 후 리조씨는 한국어 강좌 한국영화제 등 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대부분의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원에서 개설한 한국미술사 강좌에도 등록해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도 넓혀가고 있다.

"고려 백제 신라 등 각 제국이 가지고 있던 그들만의 문화재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만큼 보고 배울 것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의 한국문화 섭렵은 이뿐만이 아니다. 2세를 위한 영문잡지인 '코리암'을 정기구독하는 열렬한 독자이며 떡 갈비 김밥 등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 한국음식 매니아다. 이제는 얼큰한 짬뽕 한그릇도 거뜬히 헤치운다니 겉모습만 백인일 뿐 마냥 한국인이다.

"이젠 백인 친구들보다 한인 친구들이 더많아요. '민수'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있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한인 노인들을 만나면 한국식으로 고개 숙여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헤어질 땐 '다음에 만나요'라고 합니다."

그는 한인들과의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는 것이 요즘의 최고 관심사라고 전했다.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부족해요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안타까워요. 그래서 요즘엔 한국어 대화 사전까지 갖고 다녀며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죠."

리조씨는 현재 타운 내 한미박물관과 세인트 그레고리 성당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