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포럼/우리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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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포럼/우리의 영웅
  • 김동열
  • 승인 2006.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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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최근 한국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제결혼한 한국여성 숫자는 30만명여로 집계돼 있다. 외국인 남편을 따라 이민을 가기 위해 호적을 정리한 수치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출국지로는 미국이 가장 많고 이어서 중국과 일본이 뒤따르고 아주 적게는 유럽이 있다. 현재 거주국에서 결혼한 이민 1세들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상당수가 될 듯 싶다.

국제결혼 여성이 한국을 떠난후 첫 번째로 부딪치는 어려움이 바로 언어 소통과 차별 이다.

생소한 생활환경은 물론 남편의 가족들과도 언어문제로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환경의 큰 변화에서 오는 문화 충격을 잘 견디는 여성이 있는 반면 동화 되지 못하여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우울증에 빠져 더 큰 고통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작년 산호세에 거주하는 한 국제결혼 여성을 인터뷰 한적이 있었다.
지금은 60세가 넘었지만 당시 19살 어린나이에 한국 주둔 미군과 결혼하여 콜로라도 오지에서 첫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의 두려움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필자가 말하는 두려움이란 어떤 물리적인 형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화 혼돈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녀는 보수적인 부모의 허락을 받지 못한 결혼을 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는 벼랑 끝의 나무에 매달린 절박한 상황이였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착한 시부모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이해속에서 한참 지난 후에 겨우 고독의 두려운 턴널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가 주위의 염려와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일상생활 페이스를 찾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자식을 키울 때부터 였다고 말했다.
자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엄마들은 말한다.

아마 남편과 비교를 해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경쟁한다면 어느 부모가 2등을 하겠나.
아마 솔로몬의 지혜로다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이다.

지난주 전미국을 들뜨게 한 슈퍼볼 경기중 우리의 눈이 본드를 붙인 것처럼 떠나지 못한 선수가 하나 있었다.  비록 색깔은 우리와 달랐지만 그 얼굴 모습은 틀림없는 한국인이었다.
그의 미소며 그의 껑충 뛰는 모습은 우리의 자녀들과 차이가 없었다.

경기 자체는 기대에 못미치는 졸전으로 계속 됐고, 승부는 선수들의 기량이 아닌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게임이 흘러 가면서 흥미는 줄었지만 한인들에게는 그 한국계 선수 때문에 잠시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경기후 특별히 돋보인 선수의 활약이 없어 한국계 선수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관심이 끌렸다.

특히 터치 타운 패스를 받고 기뻐 뛰는 모습이 화면에 비쳐지면서 그의 MVP는 비켜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익숙한 이름 하인스 워드가 발표되고 확인 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들과 함께 환호성을 쳤다.

그는 깔끔한 매너와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오늘의 자신을 있게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슈퍼볼의 MVP가 되는 순간 1천만 달러의 사나이가 되었음은 물론 한국이라는 국가부랜드 가치 상승에 1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 같은 가치를 일구어 냈다.


그의 승리는 매질도 서슴치 않고 자신에게 헌신한 어머니의 감동적인 승리이기도 하다. 그녀가 남편 따라 온 미국 결혼생활은 초장부터 돌이킬 수 없는 이혼으로 접혀지면서도 자신의 전부를 아들에게 주었다.

그러나 이 아들은 엄마의 사랑과 정성보다 동네 아이들과 자신의 얼굴 색깔이 다른 한국인이라는 것이 싫었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의 놀림에 그가 괴로운 것만큼 그의 엄마는 생존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 슈퍼볼의 자랑스러운 MVP탄생을 보면서 우리와 똑같은 얼굴에, 같은 말을 사용해도 남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한국여성들에 대한 선입관이 위험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국제 결혼한 한국여성들이 겪는 차별도 이제는 한인사회에서 졸업 시킬 때가 되었다. 특히 만인이 평등해야 할 교회나 봉사활동 행사장에서도 보이지 않는 은밀한 왕따에 더욱 가슴이 저린다는 여성의 절규를 듣기도 했다.

국제 결혼한 주류 이민 1세들도 점점 노령기로 접어 들고 있다.
그들의 억울했던 과거에 우리가 따듯한 사랑으로 채워줄 때가 되었다.
이제 하인스는 다른 혼혈아와 입양아들을 차별과 혼란에서 해방시킨 영웅으로 오래 오래 기억 될 것이다.

김동열 0209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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