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포럼/영원한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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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포럼/영원한 실패는 없다
  • 김동열
  • 승인 200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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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북가주 공인회계사 협회는 연례 새해 세미나 개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연말 산타클라라에서 발생한 당구장 총격 살인사건의 피해자녀들에게 각각 장학금 1천달러씩 지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동 협회 이동준 부회장은 “올해 장학금은 최근 산타클라라 당구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피해 자녀들에게 생계 지원금 형식으로 전달하기로 회원 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모금운동이 간헐적으로 알려지고 있던 중 단체로부터의 장학금 지급 소식은 우리 동포사회에 아직도 따듯한 온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대부분의 동포들은 사건의 규모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더욱 황당했던 일은 동포사회 차원에서 사후대책을 세울 구심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더블린에서 발생한 경찰총격 사건과 비교해 사건 후속조치가 너무 미흡했다는 지적도 불만스럽게 나왔다.

당시 지역 동포들은 한인회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구성에는 너무나 무관심했다는 유감의 말이 일부 동포들 사이에 거론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한인회가 공중분해된 이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누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각론에는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

현재 실리콘밸리에는 9개 단체가 모여 한인연합단체를 자의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들 단체장들은 얼마전 총영사와의 간담회에서 한인회의 재건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9개 단체 연합이 직무유기에 빠져 있는 한인회의 역할을 대행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결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한인회가 여태껏 재건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부 단체장이 빗장을 걸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과 다름이 없다.
한편 이 9개 단체연합이 한인회 재건의 매듭을 풀 열쇄를 쥐고 있다는 역발상도 할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실리콘밸리 한인회는 전직회장과 한인회 관련인사들 사이에 물밑 움직임은 있었지만 세상 밖으로 뛰쳐 나올 만한 동력이 부족했었다.
이번 당구장 총격 살인사건이 충분한 명분으로는 부족하겠지만 뒤늦게라도 한인회 재건을 논의를 시작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미주지역에서 한인 인구 5만이 넘는 도시에 지역 한인회가 없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가 힘들다. 원래부터 한인회가 없던 곳도 아닌 지역에서.

대부분 미주 한인회의 역사는 결코 자랑할 만한 봉사 기록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들어 지역 대표성과 함께 봉사단체로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가정에서 자녀가 잠시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하면 그 자녀를 노력도 없이 완전히 포기할 수 있는가.

잘못된 자녀, 실패했던 자녀들이 다시 부모의 따듯한 사랑과 관심으로 본래의 궤도에 돌아와 따듯한 가정을 꾸미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결국 '실패도 영원한 실패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 한인회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재건되어야 하고 그 책임은 그 지역 한인들에게 있다.
우선적으로 지역에서 나름대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장과 전직 회장들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당장 새로이 한인회장을 선출하지는 못해도 물꼬는 열어야 된다.
최소한도 한인회장을 추대 또는 선출할 수 있는 적법절차를 마련하여 준비위 정도는 구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부분 과도기적 시절의 한인회의 망가진 모습은 비슷비슷했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이제 실리콘 밸리 지역 동포들은 지역 사회의 구심적 역할을 감당할 한인회 재건을 보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된다.

그리고 미래 우리 동포사회의 주인공도 육성해 정치력을 신장해야 된다.
동포들의 금고지기 책임을 맡고 있는 이 지역 공인회계사들이 총격사건의 피해자 자녀들과 용의자 자녀들을 위하여 공정하게 생계금을 지원하는 것은 타의 본이 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 모습을 통해 피해 자녀들을 위한 도움이 활성화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