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중 교통사고 병원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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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 중 교통사고 병원비 막막
  • 미주한국일보
  • 승인 2006.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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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6-01-20
 

19일 오후 한인타운의 한 하숙집.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미국으로 달려 온 구오하(63)씨의 눈이 부르르 떨리자 끝내 아들 김동근(30)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울지 말아요. 나중에 아픈 것 나으면 미국 일주시켜 드릴께요”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인심만은 넉넉했던 김씨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2005년 9월28일. 광고 메이크업을 전공해 잘나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김씨가 미국 어학연수차 LA에 왔다가 교통사고로 두달반동안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것. 소식이 전해지자 전북 부안에 사는 김씨 어머니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다리 수술을 앞두고서도 수술마저 팽겨치고 혈혈단신 미국행에 나섰다.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와 의식을 되찾은 김씨에게 남은 것은 50만달러에 달하는 병원비와 당장 필요한 재활 수술비 3만달러 마련이라는 버거운 짐뿐이었다. 교통사고를 낸 히스패닉 여성은 기본 보험만 가입한 상태여서 김씨의 치료비를 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씨를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은 넉넉할 때 도움을 받았던 주변사람들의 야박한 인심이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돌아온 직후 비가 쏟아지는 한 밤이었어요. 아들이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데 룸메이트가 나가라고 합디다”라며 아들이 베푼 넉넉한 인심의 대가치고는 어찌 잔인할 수가 있냐고 한탄하며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세상 인심이 모두 김씨 가족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김씨 가족이 거주하는 하숙집은 김씨의 지인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6개월 선납을 해줬으며 뉴욕, 하와이에서 온 김씨의 친구들로 병실 문은 닳아 해질 정도였다.

특히 김씨의 어머니는 UCI병원의 이방인 간호사들이 이역만리 건너 온 시골 촌부에게 간호사들은 직접 옷을 사주고, 음식을 갖다주며 모정이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달래줬다며 고마워했다.

퇴원 직후 건강이 호전된 김씨는 혼자 발걸음을 뗄 정도까지 쾌유했다. 동양선교교회의 새벽기도를 빼놓지 않고 다닌 김씨는 몸이 쾌차하면 선교사의 길을 걷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씨의 희망이 현실로 바뀌기에 현실은 냉혹하다.

본인의 다리조차 성치 않지만 두 시간마다 아들의 다리를 주무른다는 김씨의 어머니. 그는 “사람들이 편한 것만 찾아서 그렇지 맨몸뚱이가 성하면 뭐든 뭣하겄어?”라며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닳지 않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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