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통신] 교민사회에 손벌리는 한국영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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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통신] 교민사회에 손벌리는 한국영사관
  • 한겨레
  • 승인 2006.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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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부족 이유로 자살 독신남 장례비 등 떠넘겨
한겨레
지난 5일 호찌민 인근 구찌터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아무개(32)씨의 주검 처리에 대한 호찌민총영사관의 처신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주검의 보관비와 화장비, 이송비 등 2천달러의 비용을 현지 한인단체가 부담하도록 한 것이 한인사회에서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장례비는 통상 가족들 몫이지만, 권씨의 경우 가족이래야 경제적 능력이 없는 본국의 노모 뿐이었다. 이에 따라 주검 처리의 책임이 호찌민총영사관에 돌아갔지만, 총영사관 쪽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한인교회 쪽에 비용부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총영사관 쪽은 “인도자가 없을 경우 긴급구조비를 써야 하는데 1000달러밖에 없어 교회 등에 지원 요청을 했다”며 “후원금 중 장례비를 치르고 남은 돈은 노모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인교회 관계자는 “총영사관 쪽이 한인 민간단체에 손 벌리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4년에도 기아가 된 남매의 귀국 비용을 교회 쪽이 마련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04년 이라크에서 피랍된 김선일씨의 피살 사건 이후 영사 업무가 강화돼 ‘긴급구조비’ 명목의 예산이 신설된 점을 감안하면 호찌민 총영사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현지 예산이 없으면 이런 비용은 본부에 요청해 집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금 낭비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동포단체에 손을 벌리는 재외공관의 관행에 교민들이 씁쓸해 하고 있다.

인턴사원으로 베트남에 왔다가 계약 기간이 끝난 뒤 현지에 남았던 권씨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활고를 비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윤우옥 통신원 kwoomtl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