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에 美 변호사 도전 '의지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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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 美 변호사 도전 '의지의 한국인'
  • 연합뉴스
  • 승인 2006.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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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70대의 재미동포가 지난해 6월 11전 12기만에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8년 정식으로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고 있어 화제다.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며 가든글로브에서 부동산업체인 '브로커스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백영태(74) 할아버지는 지난해 변호사 자격시험(베이비 바)에 합격한 뒤 2년 6개월 뒤에 있을 변호사 시험 마지막 단계인 '제너럴 바'를 앞두고 두꺼운 법전서들과 씨름하고 있다.

   백씨는 1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1970년 미국에 이민할 때부터 기회가 되면 반드시 변호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그 기회가 온 것 뿐이며 꼭 변호사가 되고 말겠다"고 말했다.

   '뒤늦게 변호사가 되려는 이유'에 대해 그는 "'도전 안하면 죽은 삶'이라는 평소 신념과 소수민족으로 이국땅에 살면서 받은 차별과 불이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남1녀 중 장남 인성(44)씨와 둘째 딸 인옥(41)씨가 법조계로 진출하는 것을 지켜본 뒤 백씨는 바로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법대에 입학원서를 냈다. 1998년 에이브러햄 링컨 법대에 입학한 것이 환갑을 훌쩍 넘긴 65세 때이다.

   1999년부터 베이비 바에 도전한 그는 1년에 여름과 가을 두차례씩 시험을 치렀지만 번번이 떨어지다 6년만에 합격했다.

   그는 "영어 때문에 고생도 많았고 시험치는 요령을 몰라 열 한 번을 떨어졌다"며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녀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는 "자식들이 '아버지 그 연세에 변호사 돼서 뭐하려느냐', '그냥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라', '아버지 영어로는 절대 안되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라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씨의 생각은 달랐다. '스스로 도전하지 않는 삶은 죽은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백씨의 철학. 그는 "꼭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전하는 인생을 즐길 줄 모르면 그 삶은 죽은 삶"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그는 "76세부터 정식으로 변호사 시험에 도전한다. 이번엔 얼마만에 합격할 지 모르겠다"며 "비즈니스 시간을 제외한 아침과 일과 후 3-4시간씩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씨는 "끝까지 도전해 변호사가 된 후에 고국 땅을 밟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1933년 만주에서 출생한 백씨는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 들어가 살다 1948년 월남했고 6.25 전쟁 때 군에 입대해 부산에서 근무했다. 미 8군에 장교로 근무하면서 1963년 부산 동아대 토목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에서 항공사진 분석일을 했다.

   그는 도미 후 새크라멘토에서 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4년동안 항공사진 측량회사에서 근무했고, 1976년 오렌지카운티로 이주해 부동산업을 운영하고 있다.

   ghwang@yna.co.kr
  (끝)

등록일 : 01/19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