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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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의 아이들
  • 김재수
  • 승인 200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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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변호사의 동포법률칼럼

지난해 말 네이단 딜(미공화당 조지아주)연방하원의원 등이 발의한 시민권 자동부여 폐지법안이 표결결과 부결되었다고 한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부모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에는 미국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경우는 물론이고 합법체류자라하더라도 지.상사주재원이거나 유학생이나 원정출산목적의 여행객일 경우 자녀들이 미국에서 출생했다하더라도 시민권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흑인노예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1868년에 제정된 수정헌법 14조 1항규정의 파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었다면 지난번 국적법파동으로 물의를 빚은 원정출산자들을 원천 봉쇄할수 있었을 것이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매년 미국에서 출생하는 아이들의 10%(캘리포니아의 경우는 20%)에 해당하는 40여만명이 불법체류자 자녀들이지만 미국시민권을 자동으로 취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내에서 불법체류자가 양산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시민권을 자동으로 취득하는 속지주의 원칙때문 이라고 한다.

이렇게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아이들이 21세가 되면 부모들의 영주권을 신청할 수있게 되기 때문에 결국 가족전체가 나중에는 미국시민권을 취득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가족전체의 ‘닻’의 역할을 한다고 하여 앵커베이비(Anchor Baby)라고 불린다. 이들이 정부의 복지혜택등을 신청하여 재정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한 통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9%가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41%만이 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지지여론에 힘입어 딜 의원은 센센브래너 법사위원장과 함께 공동으로 이 법안을 재발의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가 맡았던 사건을 보자. 브라질로 이민갔던 김모씨는 부모님과 만삭이 된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로 결심하고 브로커를 고용한 뒤 멕시코국경을 넘어 불법으로 이민가기로 했다.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가 국경수비대가 없다고 생각되는 곳을 찾아 국경을 넘다가 부모님들은 국경을 넘을 수 있었으나 김씨부부는 수비대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그러나 재판 전 무죄추정을 하는 미국제도를 활용해서 5000달러의 보석금을 지불하고 김씨부부는 석방되었고 김씨아내는 곧 미국시민권자 아들을 출산하게 되었고 그 후 그들은 아들을 통해 영주권을 받게 되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이런 일들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이런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속지주의야말로 미국을 미국답게 만드는 제도 아닌가? 미국사회는 멜팅팟(Melting Pot)사회이고 이 팟은 불법체류자도 담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