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멀어져가는 노대통령과 동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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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멀어져가는 노대통령과 동포사회
  • 김제완
  • 승인 2006.01.13 00:0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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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대통령은 재임중 재외동포관련 치적으로 재외동포재단을, 김대중 전대통령은 재외동포법을 남겼다. 동포들에게 빚을 졌던 두대통령의 선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재외동포들에게 빚진 것이 없다. 대통령이 되기전에 해외에 나가본 적도 별로 없다. 이런 때문일까.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 재외동포정책이 여러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700만 재외동포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현안문제의 조정기능을 담당할 재외동포담당 비서관을 청와대에 두자는 요구가 현정권 초기에 묵살됐다. 지난 김영삼 정부에서 동포담당 비서관을 두었던 전례와 비교된다. 대통령의 외국 순방시 빠짐없이 열리는 동포간담회에 배석시키기 위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동행하라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동포문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발언들이 대통령의 입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다. 지난 2003년6월 일본방문시 TV방송국에 출연해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국적을 지키는 것이 칭찬할 만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문제될 것 없어 보이는 이 발언은 재일동포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국적을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재일동포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노대통령은 베를린 동포간담회에서 주재원 유학생등 단기체류자에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시민권자 영주권자에 부여하면 외교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 시민권자에게 투표권을 준다는 발언은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세계 어느나라도 외국국적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으며 참정권 되찾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주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진국들 대부분이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는데 우리만 외교마찰을 염려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대통령뿐 아니라 국무총리도 뒤질세라 동포사회와 엇나가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달 열린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서 현재 동포사회의 최대현안인 재외동포기본법을 강력히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앞으로는 위원회에 의제로 올리지도 말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이 발언은 민주노동당 권영길의원이 재외동포기본법을 발의한 즈음에 나온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법 제정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의 재외동포재단을 대체하여 대통령직속의 재외동포위원회를 두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이다.

동포문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참여정부가 동포사회의 바람과 엇박자를 보이는 이유는 대통령주변에 동포문제 담당참모가 없기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대통령은 외교부 관리들을 통해서 조언을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문제는 동포사회와 외교부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은 외교마찰과 국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사사건건 동포들의 요구를 반대하고 있다. 이때문에 ‘재외동포반대국’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양자의 갈등은 최근들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5일 외교부에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게 경고장을 보낸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겉보기에는 재외동포기본법에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외교부가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산하기관장을 질책한 것이다. 그러나 동포문제 NGO와 전문가들은 NGO출신인 이광규이사장에 대한 경고를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외교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이같이 팽팽하게 맞서있는 동포사회와 외교부를 조정하기는 커녕 대통령은 가까이 있는 외교부에 편향돼 있는 듯이 보인다. 노대통령은 지난 12월 이례적으로 외교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발언을 했다. 외국순방을 하다보니 외교관들이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대통령이 외교부의 포로가 되어 눈이 먼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동포사회의 실망이 곧 분노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을 금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