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포럼/당구장 살인 사건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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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포럼/당구장 살인 사건을 보면서
  • 김동열
  • 승인 2006.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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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지난해 12월 구랍에 일어난 당구장 연쇄 총격 살인 사건의 여진이 새해를 맞이한 동포사회를 아직도 짓누르고 있다.

용의자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에 원인 규명도 분명치 않지만 그 피해 범위가 너무 크고 또한 왜 그런 끔찍한 살인 사건을 커뮤니티에서 사전에 예방할 수가 없었는지에 대한 뜻있는 동포들 가운데 자성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느곳에 관계없이 이민사회는 정신적 상태로 보면 매우 특이한 사회이다.
문화의 충돌과 언어 소통의 불편으로 인하여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 장애현상에 빠지기 쉬운 특수한 사회라는 뜻이다.

누가 누구인지, 서로의 신분을 알기도 힘들고 사회 저변에는 “내가 벌어서 내가 먹고 사는데 누구의 말을 들을 이유도 사귈 필요도 없다" "태평양 바다를 건너오면서 너나 나나 모든 것은 다버렸다”고 생각한다.

질문도 대답도 필요 없다는 유아독존 원칙이 강하게 도사리고 있다.
이런 자립적인 사고는 이민사회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는데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고립속에 빠져 대형사고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거의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들어나지 않고 있지만 주위의 소문만 무성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사건이 비즈니스에 관련 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아직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포사회에서 발생하는 이번 발생한 극단적인 사건이 과연 뚜껑이 열릴만한 이유였느냐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 하지 않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용의자가 운영하고 있는 당구장 단골들이 다른 당구장으로 떠나 비즈니스가 부진해 경제적인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수하기 위해서 찾아가 가족까지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주인과 고객의 관계에서 살의를 품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단골 고객이 다른 경쟁 업소로 옮겨 갔다고 찾아가서 총격질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정도의 일로 사람을 죽인다면 오늘처럼 극심한 비즈니스 경쟁사회에서 몇 사람이나 살아 남겠는가.

살인 사건의 발생 이유가 비즈니스에 연관 되었다고만 말하기는 힘들다.
가해자는 사건 발생 전에 이미 아이들을 사전에 한국으로 보냈고 죽일 사람 리스트도 만들었다는 철저한 준비성 뒷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후일 자녀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어떤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으며 자살 장소로 8년전에 죽은 부인의 묘지를 택했다는 것도 그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메마르고 위로 받고 싶은 생활을 지속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 용의자는 이미 죽음의 길에 몇 사람을 택할 만큼 극심한 정신적 질환자였을 것으로 추측하는 주위사람도 적지 않다.
사회가 자신을 낙오자로 만들고 자신의 잘못보다 주위 사람 탓으로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정신적 결함이 그에게 안타깝게도 엄청난 일을 저질도록 만들었을 가능성도 높다.

이번 사건은 우리 동포사회가 발전하는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소외계층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그런 동포들의 정신건강의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기우려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겨 주었다.

이 지역 한인 밀집 거주지역마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봉사단체는 있지만 대부분 노인들이나 사회보장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대행해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사회에서 가장 큰 시한폭탄 같은 정신 관련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치료 기관은 거의 찾기가 힘들다.

자본주의 사회는 어느나라를 보더라도 갈수록 양극화 되어 가고 있다.
동포사회도 점점 성공한자와 실패한자로 나누어져 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뚜렷이 구분 되어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런 계층간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회적 약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전망(SAFETY NET)을 구축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게으른 정부의 책임이지만 또한 직접적인 당사자인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소수민족의 정신적인 질환은 가족끼리도 숨기는 경우가 많고, 미국 병원에서도 언어문제로 충분한 치료를 받기도 힘든 사회문제로 미국내에서 부각되고 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언어로 상담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정신 상담기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동포들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각 지역 봉사단체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좀더 구체적인 대안이 세워져야 된다는 방법론도 나오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논의가 시작 되었지만 또다시 이런 끔직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선 지금 외양간을 고쳐야 되는 시급한 문제이다.제2 또는 제3의 충격적인 대형사건를 예방하기 위해선 뒤늦게라도 동포사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협력해야 한다.

사고에는 성역이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이 터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한인사회내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구체적인 숫자적 통계는 아직 없지만 생각보다는 위험한 수준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동포사회가 보다 다양히 발전하기 위해선 경쟁의 대열에서 함께 뛰지 못하고 있는 동포들을 위한 구제에 보다 큰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된다.

김동열 0109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