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기업인들의 ‘큰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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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기업인들의 ‘큰형님’
  • 김제완기자
  • 승인 2005.12.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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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올해의 인물] ‘매출 1조엔’ 한창우 마루한 회장

   
▲ 재일동포 한창우회장의 주식회사 마루한 매출 1조엔(10조원) 돌파기념식이 2005년 6월21일 동경부근 콘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단상 위에 도열한 200여명의 임원들 가운데에서 한회장이 치사를 하고 있다. 마쿠하리=김제완기자
지난해는 해방 60년 한일수교 40년을 맞았던 해이다. 일본에서 파친코 황제로 알려진 한창우회장이 일본에 건너온지 6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한회장이 이끄는 주식회사 마루한은 지난 2004년도 매출액이 1조엔을 돌파했다. 매출 1조2778억 엔(약 12조7000억 원), 순이익은 210억여 엔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기념 행사를 지난해 6월22일 열었다. 이날은 40년전 한일수교문서에 서명한 날이기도 하다.

도쿄에서 멀지 않은 지바시(千葉市) 마쿠하리(幕張)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일본 전국의 170개 점포에서 일하는 7천여명의 마루한 직원들과 2천여명의 초청인사들이 모였다. 이중에는 한국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한국출신 해외동포 사업가등 5백여명이 포함됐다.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과 김진경 평양과기대총장 그리고 김혁규의원 김덕룡의원등 국회의원 10여명도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도쿄로 건너왔다. 이날 하루 행사에 들어간 비용은 식사비용을 포함해 150억원이라고 한 회장이 밝혔다.

게다가 전직원이 행사에 참가해 이틀동안 올리지 못한 매출손실을 감안하면 총비용은 엄청나다. 이때문에 한창우 회장의 '통큰' 사업 스타일을 보여준 자리라는 평을 받았다.

이날 행사의 규모도 기록적이었다. 컨벤션센터에 단상을 만들고 200여명의 마루한 임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한창우회장이 자리를 잡았다. 마치 북한 김정일의 주석단을 연상케하는 규모와 분위기였다.

한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매출 1조엔 달성은 2010년 매출 목표 5조엔으로 가는 과정일뿐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그리고 헝그리정신과 챌린지(도전)정신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회고했다. 이어서 정부의 보호속에서 성장한 한국의 기업과 달리 마루한은 일본사회에서 차별과 수모속에서 도전정신으로 이뤄낸 것이라며 매출 1조엔 달성의 의미를 자평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권병현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한 회장이 재외동포 기업인의 큰형님같은 존재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제2, 제3의 한창우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상대회를 비롯해 동포경제인 단체들이 마련한 수많은 행사들이 열려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를 논의해왔다. 그러나 동포기업인들에게 가장 큰 교훈은 성공한 사람의 존재 그자체일 것이다. 한회장이 동포사회에 갖는 의미는 여기서 찾아진다. 더우기 자수성가형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외국이라는 국내보다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 사업을 하는 동포사업가들에게 갖는 의미는 더 커진다.

한 회장은 3년전 일본에 귀화하면서 재일교포들이 일본국적을 갖되 이름은 바꾸지 않고 민족의식을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적을 민족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재일동포사회에서 이같은 주장은 곧 파문을 일으켜 많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일본의 한 동포기업가는 새로운 시각의 해석을 내놓는다. 연간 100억엔대 매출 기업의 경영자라면 외국국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성공하게 해준 일본사회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한창우 회장은 31년 경남 삼천포 출생으로 45년 14세 나이에 일본으로 밀항한뒤 고학으로 호세이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52년 교토에서 가까운 미네야마시에서 매형이 운영하던 파친코 회사에 입사해 인연을 맺었다. 그뒤 67년 볼링업에 뛰어들었다가 5년만에 60억엔의 큰 빚을 진다. 이때 죽음까지 생각했으나 다시 파친코업계로 돌아와 재기에 성공했다.

성공의 비결로 그는 직원 교육을 꼽는다. 일본에서 파친코라면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사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은 만큼 고객중시 정신으로 무장한 직원들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일본어판 포브스지는 최신호에서 순자산 1200억엔 이상 되는 일본의 억만장자 24명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한국계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이 순자산 4730억엔으로 8위를 차지했으며 한회장은 1210억엔으로 24위에 랭크됐다.

한 회장은 포브스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전세계 갑부 순위에서도 584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 회장은 재산의 사회환원에도 관심을 갖고 문화재단을 세워 마루한의 순이익 1%를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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