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맛’ 중국인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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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맛’ 중국인 손에
  • 파리=이주화 기자
  • 승인 2005.12.29 0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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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한국식당 10여곳 잇따라 개업

   
▲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파리 바스티유광장 부근에 위치한 중국인 경영 한국식당 ‘바베큐드서울’의 모습.
‘니하오, 불고기와 김치 물론 준비돼 있습니다.’

파리의 한국식당을 찾아갔다가 중국인 주인의 인사를 받으며 당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파리 시내 한국식당 수는 60여개. 이 가운데 중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 3년전부터 두세개씩 늘어나 10여개에 이른다. 아시아 음식점이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한국식 불고기 메뉴를 추가한 음식점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왜 중국인들이 한국식당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것일까. 과거에 비해 프랑스인들의 한국 국가 인지도가 높아지고, 파리지앵들에게도 웰빙 바람이 불어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 음식의 힘도 이유다. 한번 불고기나 김치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 한국 음식을 찾기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불고기가 조리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도 중국인 식당주인들의 업종전환 결단을 쉽게 해준다. 대부분의 중국인 경영 식당들 간판이‘바베큐 꼬레앙(Barbecue Coreen)’인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동포가 경영하는 한국식당을 자주 방문한다는 프랑스 대학생 플로리앙 브아르(25)씨는 “갈비는 하나의 예술이다. 구워먹는 방법이 재미있다. 비빔밥도 좋아한다”며 한국음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매운 한국음식은 기분을 좋게 한다며 가끔 한국식료품점에서 김치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이 경영하는 한국식당에 대한 평가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파리요식업협회 회장을 지낸 우정식당 사장 조만기씨는 “처음에 코리안 바베큐 간판이 걸리는 것만으로도 한국과 한국 음식에 대한 홍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지금은 우려가 앞선다”라고 말했다. 중국인 경영 한국식당의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심각하기때문이다.

지난 12월초 젊은이들의 거리 바스티유의 로케트가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인 경영 한국식당 ‘바베큐드서울’. 이곳에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인색치 않은 프랑스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식당이 자리잡은 위치만으로도 한국음식을 홍보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요지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음식점에 들어서면 한국분위기가 느껴지지 읺는다. 실내 장식은 일본풍이며 음식은 국적불명에 가깝다. 김치를 주문하면 고춧가루가 조금 뿌려진 배추 샐러드 같은 음식이 나온다.

불고기는 고기를 양념에 재우지도 않고 구이에 적합치 않은 얇은 고기를 사용해 뒤집으면 찢어지기 일쑤다. 요리하기 어려운 찌개나 끓이는 고급의 음식은 조리에 자신이 없어 아예 취급하지도 않는다. 메뉴판에는 한국음식뿐 아니라 일본 중국 베트남 음식들도 올라있다.

대다수의 프랑스인들에게 한국 음식은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중국 음식과 일본 음식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동포들은 중국인들에 의해 한국의 맛이 왜곡될까 걱정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벌써 10여년전부터 프랑스의 일본식당에서도 나타났었다. 현재 중국인들은 프랑스 전국에 걸쳐 약 80%의 일본식당을 점령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음식인 스시와 사시미가 불고기처럼 특별한 조리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들의 진출을 쉽게했다. 자연히 메뉴는 중국인들이 요리할 수 있는 음식으로 최소화되었다.

앞으로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한국 음식점들이 더 늘어나면 프랑스의 한국 음식 메뉴 역시 일본 음식점의 경우와 같이 단일화 간소화되고 결과적으로 왜곡될 것이 불보듯 짐작된다. 중국식당의 위생상태에 대해 최근 일고 있는 프랑스인들의 불신으로 인해 한국식당도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는 올해는 한국음식 홍보를 위한 좋은 기회이다. 중국인 경영 한국식당의 도전을 극복하고, 한국요리 고유의 맛을 알리기 위해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음식의 맛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프랑스인들의 식사방식에 맞게 전식 중식 후식으로 구성된 메뉴, 와인과 어울리는 메뉴 개발도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