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비운의 체조선수 김소영씨 '푸른눈의 천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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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비운의 체조선수 김소영씨 '푸른눈의 천사'를 만나다
  • 미주중앙일보
  • 승인 200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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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로 유학 온후 간병인 못구해 곤욕

   
▲ 지난 주 샬롬장애인선교단이 주관한 성탄 파티에 참석한 김소영 전 체조선수(오른쪽)와 제니 시멘스양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가. '친구는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는데 있다'고.

전신이 마비되는 사고로 체조의 꿈을 접어야 했던 '비운의 체조선수' 김소영씨(35)와 그녀를 위해 위해 일년동안 학업을 쉬고 무료봉사를 자처한 백인 처녀가 바로 그런 친구다.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훈련하다 목뼈를 다쳐 전신이 마비된 후 4년 전 LA로 유학 온 전 체조선수 김소영씨와 그녀를 위해 24시간 함께 하는 제니 시멘스(23)양. 두사람은 사귄 지 겨우 4년밖에 안됐지만 지금은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정도다.

한국에서 체조 유망주였던 김씨는 고등학교 시절 아시안 게임을 불과 20일 앞두고 훈련하다 이단평행봉에서 추락해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금메달을 꿈꾸었던 그녀의 삶은 그후 180도 바뀌었다.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있던 그녀는 '예수님을 만난 후' 새 삶을 개척하다 4년 전 LA인근 발렌시아에 있는 마스터스 칼리지로 유학왔다. 상담학을 전공한 뒤 한국에 돌아가 장애인 상담 일을 하고픈 꿈을 키우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시멘스양을 만났다.

처음엔 서로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만 나누던 이들은 일 년 후 같은 기숙사로 방을 배정받으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어요. 가족도 견디기 힘든 일인데 어떻게 남이 그것도 피부색깔이 다른 백인이 도와줄 수 있을까 여기고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여름방학동안 한국에 나가 간병인을 구해 미국에 데려오려 했던 김씨는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결국 고민 끝에 시멘스양을 찾아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도와줄 수 있니?" 물론 대답은 'Yes'.

지난 5월 칼리지를 졸업한 후 교사자격증을 얻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시멘스 양은 김씨를 돌보기 위해 아예 1년동안 공부를 연기했다.

8월부터 김씨와 기숙사 방을 함께 쓰면서 24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시멘스양은 김씨의 몸을 씻고 옷을 입혀주는 일부터 식사준비 심지어 대소변 처리까지 싫은 내색 없이 묵묵히 돕고 있다.

그런 시멘스양을 김씨 어미니 등 주위사람들은 '천사'라고 부른다.

"미국인과는 언어문제 등으로 가까워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속마음까지 털어놓는 유일한 친구"라는 김씨는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라며 눈을 적신다.

그런 칭찬에 역시 독실한 크리스천인 시멘스양은 손을 내젓는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의 만남은 하나님의 은혜 속에 이뤄졌다. 나 역시 김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사랑의 마음을 배울 수 없었을 것"이라고 겸손해 한다.

내년에 졸업을 목표로 하는 김씨는 학업을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장애시설이 너무 잘돼있는 미국은 여건이 좋고 일꾼도 많아 내가 할 일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에선 작게나마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분에 넘치게 받고 있는 '사랑'을 저도 갚아야죠."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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