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공동체 이끄는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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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공동체 이끄는 신문”
  • 하얼빈=김용필기자
  • 승인 200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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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 이진산사장

   
▲ 이진산 사장은 생명공학을 전공한 학자출신으로 일본유학을 거쳤다. 우리말과 중국어 일본어를 구사하는 동북아시대의 엘리트이다.
1957년1월 창간된 흑룡강신문은 내후년에 창간 쉰돌을 맞게 된다. 흑룡강신문은 성급신문으로 중국 조선족신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총직원 140명, 12층 사옥엔 인쇄공장을 비롯해 편집실, 기자실 등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흑룡강신문이 가장 자랑하는 것은 1층에 자리잡은 공장이다. 북경서도 신문을 찍어달라고 올 정도로 흑룡강신문이 갖추고 있는 인쇄시설은 최고라 할 수 있다.

“하루에 오전 몇 시간만 제외하고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매일 12종의 신문을 찍어요. 신문 용지도 판형별로 다 갖추고 있죠.” 이진상 사장의 설명이다.

흑룡강신문은 성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그것은 전예산의 30% 정도이고 나머지 70%는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구독료와 광고비에서도 재정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얼마 되지 않고 바로 인쇄공장을 통해 운영비를 대부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 사장의 솔직한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구독료와 광고비는 얼마나 될까? 자본주의 나라 신문사에는 이런 질문이 실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은 크게 게의치 않고 허심탄 하게 답변을 준다.

“흑룡강신문 발행부수는 현재 2만부를 넘지 못해요. 한국기업이 연해지역으로 많이 진출해 흑룡강성에 거주하는 조선족 농촌인구가 68% 줄어들었죠. 신문 주요 구독층이 상해, 북경, 청도, 위해 등 연해도시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생존전략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중국의 언론도 본격적으로 시장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까? 흑룡강신문은 과감히 성급 지역신문이라는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전국지를 지향하고 나섰다.

청도를 중심으로 한 연해소식, 동북3성을 포괄하는 동북뉴스, 천진뉴스, 상하이뉴스, 화남뉴스 등 흑룡강신문은 한국인과 조선족이 진출해나가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사를 설립하고 지역판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재중한국인이 100만명이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면서 거기에 걸맞는 신문 운영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매일 8면씩 발행되는 일간지는 조선어문법을 따라야 한다는 중국의 신문법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간지는 그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각 지역판을 섹션으로 한 주간지는 총 72면을 발행하는데 한국어맞춤법을 따라 기사를 작성하여 한국인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죠. 그리고 한국인이 알아야할 중국의 법률을 번역해 싣고 있다"며 운영방식은 각 지역판 광고수익금은 각 지사가 취하고 본사에 인쇄비만 지급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장은 “흑룡강성이 대부분 농촌지역이고 조선족 촌민의 경작지가 많은 지역으로 땅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선진적인 농경방식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내년에는 농촌경제발전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흑룡강신문 기사 내용중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지난 8월말부터 특별기획보도하고 있는 ‘중국 한겨레사회 어디까지 왔나?’이다. 조선족사회의 인구이동 뿐만 아니라 한국인, 조선족, 북한인을 포함하여 ‘한겨레’로 통칭하고 중국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코리아공동체’ 형성과정을 심층취재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은 “농촌에서 도시로 진출한 조선족이 어떻게 민족문화를 이루며 유지하며 살아가는가, 문화건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월 8일 흑룡강신문사에서 가진 이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젠 중국의 동포신문도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흑룡강신문의 변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