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말聯 동포간담회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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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말聯 동포간담회 안팎
  • 연합뉴스
  • 승인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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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외교부 극찬' 눈길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성기홍 김범현 기자 = 말레이시아를 방문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오후(현지시간) PWTC(푸트라 세계무역센터)에서 말레이시아 거주 교민들을 200여명을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단상에 올라서자마자 마이크없이 큰 소리로 "반갑습니다"고 인사한 노 대통령은 격려사를 통해 교민들과 대면한데 따른 반가움을 먼저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어느 나라든 제일 반가운게 (한국) 상품 광고판"이라며 "그 다음 반가운 사람은 동포 여러분들로, 특별한 감동이 없어도 만나면 만나는 맛이 새삼스럽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은 오래 계신 분들의 오랜 역사가 있고 러시아나 독립국가연합에 속하는 나라에 가면 가슴 아픈 역사들이 있어 만나면 가슴 뭉클하고 때로는 눈물도 난다"며 "말레이시아는 그런 특별한 사연이 없죠. 그냥 반갑다"고 말해 교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어느 나라에 가서든 잘산다. 자기만 잘사는게 아니고 지역사회에서 대체로 인정받고 산다"며 "그래서 어디 가서든 동포를 만나는 것은 순방의 또하나의 기쁨"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한국 안에서도 국민들을 자주 만나지만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며 "정치적 사안이 있고 때로는 (생각이) 함께 하지만 충돌도 있어 생각이 복잡하다"며 같은 한국인을 국내에서 만날 때와 외국에서 만날 때의 느낌을 비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동포들의 자리매김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외교부를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외교장관이 여기 계셔서 면전에서 칭찬하기 그렇지만 참 잘한다"고 말문을 연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서 외교부 공무원들이 자기 밥그릇, 철밥그릇을 지키고 욕심많고 조직적으로 폐쇄적이라는 소리를 듣고 눈을 부릅뜨고 의심하며 계속 관리해왔다"며 외교부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을 전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대통령이 두 눈으로 복잡한 그 조직을 다는 알 수 없고, 여러나라를 다니며 느낌으로 보니까 우리 외교부는 적은 숫자로 일을 참 많이 한다"며 "그래서 상당히 외교관계가 잘되는 것 같다"며 외교부를 추켜세웠다.

   또한 "순방하면 양국간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데 우리쪽 조치들이 항상 빠르고 상대방은 속도가 좀 느리다"고 설명한 노 대통령은 "여러분들 가끔 화투치시죠. 빨리 치는 사람도 있고 시간을 끄는 사람도 있다"며 "물론 국내 각부처 공무원들이 뒷받침하긴 하지만 아주 속도가 빠르다"며 외교부의 신속한 일처리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 때문에 공무원들을 다잡기는 하지만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특히 외교부가 잘해준다"며 외교부를 거듭 칭찬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우리는 금전적으로 아직 큰 부자가 아니고 여유가 생긴 것도 역사가 짧아 돈으로 다른 나라에 보태주는 액수는 보잘 것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 나라에서 돈을 많이 낸 사람보다 더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고 호감을 산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 이유를 '한국민의 뛰어난 장기'라고 설명하고 "그 나라에 사는 한국인들이 그 나라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기업들이 얻는 인상이 좋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이라며 교민들의 공(功)을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결국 제가 만나서 말을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고 국민들이 그 나라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끼리 모이면 '장관이 잘했다', '대통령이 잘했다'고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 국민들이 인정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 뒤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몇가지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격려사에 앞서 황일록 민주평통 지회장이 "말레이시아 일반 사람들은 한국 상품을 갖고 하루 생활을 한다"고 언급한 점을 거론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국 상품으로만 산다면 말레이시아 국민들 보기에 꼭 좋은 것은 아니다"며 "근데 드라마까지 들어와 혹시나 '판을 친다' 이러면 기분이 영 안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우리가 이익을 계속 보는 관계는 결국 오래 못간다"며 "정부도 이 점에 관해 조심스럽게, 주의깊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뒤 "여러분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노후생활을 하는 휴양,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총리께서 저더러 자꾸 오라고 하더라"며 "한국 사람들이 다 오면...좀 걱정은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한국문화원 설립 및 한인학교 건립 건의에 대해 "학교와 문화원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이며 계속 강화할 것"이라며 "야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과 돈이 많이 모이면 빨리 가고 그게 잘 안되면 느린게 세상사 일의 방식"이라며 교민들의 노력도 함께 강조했다.

   한편 격려사에 앞서 말레이시아 한인학교 어린합창단의 동요 '고리', '노을' 합창을 들은 노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전에 제게 1분만 시간을 주면 합창한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합창단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어 교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sg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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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등록일 : 12/11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