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미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입니다"
상태바
"그들은 이미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입니다"
  • 김동열
  • 승인 2005.11.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결혼 여성 세계대회에 다녀와서

30년 전에 세 딸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이민 온 부모가 딸들이 모두 대학 서클에서 만난 외국인과 결혼을 했다고 동포사회에서 비난당하고 소외당한 비관 끝에 30여 년에 걸쳐 이룩한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고 이 곳을 떠났던 비극이 어제의 일인 듯 생생히 떠오릅니다.

이곳은 미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은 미국입니다. 그런데 사랑으로 맺어진 타국인들과 결혼한 우리들을 일러 국제 결혼한 여자들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그들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 그들의 결혼이 국제 결혼을 한 사람들이 아닌가 묻고 싶습니다.

50년 전, 아니 60년 전 우리 나라의 살림이 어떠했었습니까?

전쟁에 폐허되어 온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을 때, 판자 집들이 늘어선 산꼭대기에는 사는 사람들은 목을 추길 물조차 마시기 힘들었고 허기져 우리의 언니들이 가족들과 함께 살아 남기 위하여 외국인들에게 의지하여 생계를 이어왔다는 이유를 들어 나라를 지키지 못한 벼슬아치들의 죄는 묻지 않고 헐벗고 굶주린 가련한 약자에게 돌을 던진 비도덕적이고 잔인하였었던 역사를 부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반세기전에 어두운 뒤안길에 낡아빠진 이야기일 뿐, 시대는 변하여 세계를 일일권으로 지향하고 있는 글로벌 시대를 넘나들고 있는데도 불규하고 오래 전에 이민 와서 사고빙식과 문화가 투절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뒤틀린 의식 구조에 얽매여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는 인간불능의 한심한 잉여 인간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도대체 그들이 지은 죄가 무엇입니까?
이민의 역사가 일세기를 넘는다고 하지만 친지 초청의 대거 이민은 그들이 있기에 탄탄한 활로가 되었고 부지런하고 근면하고 손재주가 뛰어나 어느 회사이던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면접 없이 일자리를 얻는 특혜가 주워지기도 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우리 민족의 근면과 우수성을 세계 만방에 알린 선각자였고 애국자이고 이민을 오는 사람들에게 버팀 몫이 되어주곤 하였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한 일입니다.
반만년 전 우리 나라의 역사를 들추어보면 우리 나라는 지형학적으로 나라와 나라 틈에 끼어 동쪽에는 일본, 서쪽에는 러시아 북쪽에는 중국 남쪽에는 바다라는 통로가 열려져 있어 700여 회의 걸친 외세의 침략에 그 나라들에게 눈치보며 아첨하기에 바빠 가슴을 펼 수 없는 억제된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억압과 갈등이 응고되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식과 남의 불행을 보고 행복해 하는 식으로 이웃을 헐뜯고 깔아뭉게야만 속이 후련한 악습에 길들여져 감정에 상처받고 상처받은 감정은 악화되고 악화된 감정은 불신의 싹을 낳고 불신은 분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라고 한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당당한 경제대국의 대열에 우뚝 서 제일의 선진국가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그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 얽매여 국가와 사회를 멍들게 하고 악취를 풍기고 있는지 그런 사람들이 불쌍해집니다.

저는 자난 10월 17일에서 20일까지 이어진 국제결혼 여성 세계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89명이라는 화원들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동거동락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이곳에 온 지 어언 30 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는데 하나도 이룩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먼저 머리가 숙연해진 것은 캐나다에 살고 계시는데도 이 모임을 준비하시느라 일 년 전부터 한국에서 고생하셨던 서진옥 준비 위원장님이셨고,

이화대학 영문과를 나와 유학 길에 올라 결혼하여 1,7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연간 매출 2,000만 달러를 육박하는 대형 회사를 이룬 시애틀의 '리아 암스트롱 사장님,

혼혈인 시민권 자동부여법안 통과를 미 국회에 제출하기 위하여 각국에 흩어져 있는 혼혈인들을 한데 묶어 그들의 대모역을 수십년 이어오는 버지니아주 '실비아 패턴 회장님,

척박한 땅에 신앙의 뿌리를 심고 교회를 세우신 덴마크의 전명회 목사님, 뉴질랜드에서 '키워 그래도 나는 한국여자' 라는 이민 수기로 영국여왕 훈장수상을 받는 다민족 문화 교육자문위원 변경숙님,

워싱턴 D. C 한미여성재단을 세워 많은 교민들의 대모 역할을 하시고 계시는 윤흥교 이사장님, 공주라고 내뱉은 말 한마디에 명예훼손죄로 쇠고랑을 차게 하는데 앞장 서 있는 세계인권협회 에드워드 회장님, 캐나다에서 C. P. A로 지역사회의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귀염둥이 김벌이 킴 등등 거의 반 이상이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한인회를 창설하고 교회를 창설한 당당한 주역들이었습니다.


누가 감히 이들을 국제 결혼한 여자들이라고 질타를 할 수 있을 것입니까?
그들은 오늘의 한국을 이룩하는데 밑거름이 된 선각자며 애국자며 이민 사상에 길이 남을 공로자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한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 인간의 인격을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생각보다 얼마나 큰 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 하는 말인지 묻고 싶습니다.

참으로 이번 국제 결혼 세계 여성대회는 진취적이었으며 언니와 동생의 끈끈한 정으로 한 핏줄이라는 맥락의 단단한 고리로 뭉쳤습니다.
그들은 이미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입니다.

기고자: 박은주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