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만 관리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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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만 관리에 나선 이유
  • 머니투데이
  • 승인 2005.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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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05.11.21 13:32:50]

[머니투데이 여한구기자] 정부가 '비만과의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종합적인 비만예방 대책을 마련한 것은 비만을 더이상 민간 차원에만 자율적으로 맡겨놓을 수 없다는 상황인식이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선진국병'으로 불리는 비만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점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미국 등 선진국처럼 전체 인구의 60~70%까지 비만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치도 나온 상태다. 현재 비만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만 1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정부는 범 부처 차원의 국가비만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비만 대책을 시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내놓은 안에는 '파격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저소득층 지원대책도 이를 뒷바침할 재정확보가 어려운 형편에서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힘든 비만대책에 돈을 쏟아부을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각한 비만 증가추세=비만 환자는 10년 전인 1995년에 비해 남성은 18.8%에서 36%로 2배, 여성은 같은 기간 22.2%에서 29.9%로 1.3배가 늘었다.

특히 어린이 비만의 경우 남자는 1998년 7.2%에서 2001년 15.4%로, 여자는 같은 기간 8.7%에서 15.9%로 증가했다. 어릴때 비만이 있으면 성인이 되서도 비만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때 이 추세라면 2010년에는 적어도 35%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비만예방 대책으로 이를 33%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인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간암 1.6배, 담도암 2.2배, 전립선암 1.9배, 대장암 1.9배, 갑상선암 2.2배 등으로 훨씬 높다. 또 당뇨에 걸릴 확률은 2배, 고혈압은 1.5배가 높다. 1조8000억원이란 사회적 비용은 비만 진료비와 조기 사망, 입원 등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돈으로 환산한 것이다.

◇정부 대책은 '슈퍼' 처방전=이번 방안은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비만 치료비 지원책이 눈에 띈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30(25가 넘으면 비만으로 간주)이 넘는 고도비만 환자가 먹는 비만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준다는 것이다. 현재는 보험적용이 안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만 한다.

식품 포장지에 담배처럼 경고 문구를 넣거나 열량 및 지방함유량에 대한 표시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식품업계로서는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대목. 이 경우 열량이 높은 식품은 외면받는 대신 다이어트용 식품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어린이 비만의 주원인으로 지적되는 패스트푸드 광고는 밤 9시 이후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각급 학교에 음료수 자동판매기 설치를 전면 금지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신도시 조성 때 운동시설이나 공원 등을 일정비율 이상 만들도록 의무화 시킬 방침이다. 자전거도로나 산책로 등을 많이 조성한 도시에는 '건강도시'로 지정해 각종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 대상이다.

국내 실정에 맞는 비만 가이드라인 제정과 '5A day'(하루에 5일 이상 과일·채소 섭취) 캠페인을 시행중인 미국처럼 비만 예방 식생활 지침 제정도 눈길을 끈다.

◇실현까지는 '난관' 수두룩=보건복지부는 이런 방안을 단기대책과 중장기 대책으로 구분해서 전개한다는 일정표를 짜놓았다. 중장기 대책은 향후 5년까지 시간을 갖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행키로 했다.

그러나 예산확보 문제가 걸림돌이다. 대책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눈 기준도 결국은 즉각적인 예산투입 가능 여부다.

비만환자 보험적용은 보험료 인상의 요인이 돼 건보공단과 시민단체 등과의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 보건소에서 1대1 방식으로 비만환자를 관리하는 방안도 보건소 인력확충을 전제로 가능한 일이다.

식품에 경고문구를 기재하는 것과 패스트푸드 광고 시간 제한도 관련 식품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정부는 식생활지침 제정과 1인1운동 갖기 등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안을 우선 시행한뒤 갈등과 예산조정이 필요한 사안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로드맵'을 짜놓았다.

실제 내년 예산안에는 비만예방에 관련한 별도 예산은 책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보건소의 금연활동 예산으로 책정된 80억원 중에서 일부를 비만예방 사업에 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안일 뿐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 "관련 예산이 어느 정도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번 사업의 범위와 성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한구기자 han19@<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han19@(여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