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경험 나누고 변화를 가져온 삶의 전환점 성찰
가면극, 시 낭송, 북 공연,
사진전시회 등 관객 공감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경험을 나누고 변화를 가져온 삶의 전환점을 성찰하는' 제2회 여성축제가 27일 오클랜드 박물관 내 제임스 무어 극장에서 열렸다.
쉼터(한인 가정폭력프로그램)가 주최한 여성축제는 폭력을 극복하고 삶의 승리자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폭력을 없애자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입장하는 관객마다 흰장미 한 송이로 가정폭력의 피해 여성과 아동 실루엣에 헌화했다. disrespect, unsafe, used, abused, hopeless, ignore 등 육체적 정신적 언어적 학대와 지나친 생활간섭으로 고통받으며 침묵 속에 살다간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그 비극이 재연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시간이었다.
이정렬 쉼터 디렉터는 인사말을 통해 쉼터의 활동상황과 축제의 주제에 설명하며 김희원 여성축제 준비위원장과 이사벨 강, 정혜란, 석승혜 쉼터 스태프들을 소개했다.
축제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인상적인 무대였지만 석승혜(리즈 석, 쉼터 아동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의 '그날 아침 깨어났을 때'의 시 낭송은 이날의 주제를 한번에 드러내며 좌중을 감동시켰다. 이 시는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어미와 그 어미를 지켜보는 딸의 대화와 그날의 풍경. 결국 떠나지 못하고 돌아오지만 그날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 서로 너무나 다른 혼란을 겪고...이제는 아버지 없이도 평온함을 찾은 엄마,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그날이 삶의 전환점이었다고. 10년간 시를 써왔다는 석씨의 시를 듣고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많았다.
또한 고미숙씨가 가정폭력을 겪은 여성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변화를 그린 춤 '길'을 공연했고, 미주 한인 청소년연맹(KAYA) 소속 고등학생들이 가면극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를 통해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세습화'되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 되며 건강한 가정에서 건전한 아이들이 자라란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KAYA 학생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벽화(애벌레가 나비로 부화되는 모습 등을 통해 삶의 지속성 표현)를 제작, 전시했다.
이어 쉼터가 준비한 한 편의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으로 만나 어떻게 상처를 입히며 고통스럽게 만드는지를, 그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여성운동 활동가들의 북소리패인 자매소리가 '왜북'을 공연,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순서와 순서를 잇는 프로그램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얼굴 공개하지 않음)의 경험을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쉼터 스태프들이 이들을 돕는 활동 사역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영주권 보장을 빌미로 위협하고"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게 하면서 영어도 못한다고 말끝마다 무시하고 모욕감을 주고" 등 눈물로 자신을 삶을 고백하면서 "이제는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알았다"고, "두려웠지만 내 결정이 옳았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쉼터 이정렬 디렉터는 교통사고 사망자보다도 더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정보와 서비스 부족으로 은폐하고 무기력하게 고통스럽게 지낸다며 쉼터가 이들의 정신적, 경제적 지원자될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폭력 없는 세상 만들기에 관심을 가져줄 것과 쉼터에 대한 후원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자매소리와 한인청년문화원이 함께 판굿을 벌여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밖에 전환점에 대한 사전 전시회와 한미 여성들의 글 모음집인 '호랑이와 토끼'를 출간해 여성축제를 더욱 풍성히 했다.
이날 행사에는 천인필 부총영사를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해 폭력의 근절과 사랑의 힘에 대해 공감을 나눴다.
쉼터의 정혜란 스태프는 "자원봉사자들의 수고가 컸다. 오늘 축제를 통해 더 깊이 가정폭력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는 참석자들의 말을 들으니 기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선데이교차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