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피해 노병 눈물의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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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피해 노병 눈물의 30년’
  • 미주한국일보
  • 승인 2005.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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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의 날인 11일. 베트남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30년이 흘렀지만 한인 참전 용사들은 고엽제가 할퀴고 간 흔적에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다우니의 랜초 아미고스 재활병원에 입원 중인 김창호(58·본보 3월9일 보도)씨의 부인 김순자(56)씨는 1주일 전 한국으로부터 날아든 편지 한 통에 가슴을 적셔야 했다.

한국 국가보훈처가 2차 신체검사를 통해서만 고엽제 후유증 환자로 지정할 수 있다며 이동이 부자유스런 김씨의 귀국을 종용하던 기존 방침을 철회, 1차 신체검사만으로 고엽제 후유증 7급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이어 김씨가 국가유공자로 분류됐다며 매달 22만8,000원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또한 해외동포에게는 재외동포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16조에 따라 일시불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인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김씨는 “월남에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라고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떠올렸다.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린 김씨는 고엽제가 무엇인지, 본인이 환자인지 모르는 중증 치매환자다.

부인 김씨는 “보도가 나간 후 한국의 지인들이 남편의 딱한 사정을 듣고 도움을 줘 이렇게나마 인정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해외 진료 결과를 포괄적으로 인정치 않고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해외동포에게는 보상금만 지불하는 차별 조항이 철폐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국가보훈처는 실제 해외동포란 이유로 1차 검사에서 정밀 검사를 받지 못한 김씨를 급수 판정에서 최하인 7급으로 분류하는 미봉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오히려 이번 결정은 그동안 김씨가 한국내 지정병원에서 2차 신체검사를 받지 않아 환자로 지정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던 국가보훈처의 신뢰도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지난 해 10월 결성된 재미월남참전총연합회(이하 총연합회)는 월남전에 참전한 해외 한인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조남태 회장은 “그는 해외 병원 진료 기록 인정과 미국 고엽체 업체에 대한 한인 피해보상이 전무한 데 대한 소송 등 한미 양국을 상대로 권익을 찾겠다”고 말했다. 총연합회는 미국에 체류 중인 베트남전 한인 참전용사를 2,000∼3,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제대 군인의 복지를 맡는 재향군인회가 6.25 참전 용사 등 노년층을 중심으로 운영,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목소리를 내지 못 하고 있어 미국내 각 제대 군인 단체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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