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참변당한 중국동포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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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참변당한 중국동포 형제
  • 연합뉴스
  • 승인 2005.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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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더니..."

경기도 이천에서 6일 발생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 희생자 9명중 이천효자원에 안치된 중국동포 채용철(52)씨와 용국(42)씨가 친형제 사이인 것으로 밝혀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이들 형제는 중국에 70대 노모와 각각 2명, 3명의 자녀까지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농사를 짓던 이들 형제는 지난 1996년 형 용철씨 부부, 97년에는 둘째 용춘(47)씨가 각각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

   이어 98년에는 막내 용국씨 부부까지 입국했고 그후 이들 세 형제는 전국 공사현장을 함께 돌아다니며 6년간 고된 한국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용춘씨가 비자 만료로 중국으로 출국한 뒤에는 용철, 용국 두 형제가 줄곧 함께 지내왔으며 최근 5개월 전부터는 사고가 난 이천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으로 갔다가 돈을 벌기 위해 지난 5일 2년만에 다시 한국에 온 둘째 용춘씨는 형제가 아직 재상봉도 못한 상태에서 이런 비보를 접했다며 "한국에 있는 세 아들을 손꼽아 기다리는 고향 어머니께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용철씨 부인 노모(55)씨도 "비자가 만료된 지난 5월 '아이들이 보고싶다'며 중국으로 돌아가자는 남편에게 '돈을 조금만 더 벌고 가자'고 말린 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통곡했다.

   유족들은 "중국 하얼빈에 있는 자녀들이 지난 9년 동안이나 얼굴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입국비자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다른 사람 이름의 여권으로 입국해 김영근씨로 잘못 알려졌던 중국교포 임대근(28)씨도 전국 공사장을 전전하다 이천 공사현장 출근 첫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천의료원에서 모임을 갖고 유재욱(41.유식씨 형)씨를 대표로 선출한 뒤 이천시청 합동분향소 마련과 시공사의 적절한 보상안 제시를 요구했다.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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