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아르헨티나…' 배연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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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아르헨티나…' 배연석 감독
  • 연합뉴스
  • 승인 2005.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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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이 영화를 완성했다는 것 자체가 이민세대들에 게 희망을 주는 셈이죠."

뮤지컬 '아비타'의 삽입곡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패러디한 제목이 눈 길을 끄는 영화 '아르헨티나, 나를 위해 울어주나요?'(Do U Cry 4 Me Argentina?)의 배연석(32) 감독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는 이민 1.5세대에 속한다.

   부산영화제의 월드시네마 섹션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 영화는 이민 1.5세대의 불 안과 소외를 리듬감 있게 다룬다. 현지에 사는 한국들의 삶에 대한 감 독의 시선은 꽤나 비관적이다. 지구 정반대편인 이 곳에 이민간 한국 사람들의 대 부분은 현지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채 교민 사회에서 살고 있고 그 안에서도 빈부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1.5세대들이 꿈을 잃어버린 채 표류 하고 있다는 것.

   "누군가에게 우리들(이민 1.5세대)의 얘기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영화를 만들 게 된 감독의 의도. 해운대의 인터뷰룸에서 만난 배 감독은 "침체돼 있는 1.5세대, 그리고 2세대의 후배들에게 화두를 던져주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현지 이민이 장려되던 8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에 건너온 한국인들은 2만여 명. 배 감독과 마찬가지로 어릴 적 이곳에 이민온 1.5세들은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주류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배 감독처럼 장편 영화를 완성한 사람 역시 전에 없던 경우. 영화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극복한 제작 과정 자체도 후배들에게는 꿈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되는 셈이다.

   모아둔 돈과 자동차를 팔아 마련한 제작비는 모두 1천만원. 오랫 동안 꿈을 꾸던 영화 일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그는 무료로 출연해 준 후배들, 노 개런 티에 스태프로 활동해 준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배 감독은 2년 간 '분투'하며 영화 를 완성했고 그 결과물은 올해 부에노스 아이레스 독립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되 며 호평을 받았다.

   "어두운 면이 많아서 걱정이 적지 않았는데 의외로 교포들의 반응이 좋더군요. 나와 가족, 친구들의 모습을 까발린다는 느낌이 들어 처음에는 이 영화를 꼭 만들 어야 하나하는 고민이 많았거든요."
   일단 데뷔작을 완성하며 첫 목표는 이뤘지만 배 감독은 하고 싶은 영화를 원 없이 만들겠다는 꿈을 계속 좇아갈 생각이다. 최근 수상이 확정된 영화진흥위원 회의 재외동포 독립영화 공모전에서 받게 될 1천만원의 상금도 차기작을 만들 중요 한 밑천. 배 감독은 "만들고 싶은 영화도 많고 준비해 놓은 프로젝트도 셀 수 없다. 한국이든 아르헨티나든 앞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갈 것" 이라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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