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차이 이해해야 화합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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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차이 이해해야 화합이뤄”
  • 부에노스아이레스=박광현기자
  • 승인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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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방송계서 한국 알리는 이정화씨

   

“진정한 화합은 비교를 통한 차이점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차별이 심한 아르헨티나 방송계에서 한국인으로 동양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송인이 있다.

87년부터 방송생활을 시작, 모델을 겸하다 최근 자체 프로덕션 ‘Margarita Lee’를 설립하고 동양을 알리는 프로그램(Asia Mia)을 제작, 방송중인 이정화(45)씨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지도가 거의 없을 당시인 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방송계를 누비며 당당히 한국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또한 국가의 대사(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에는 한국과 한국인의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 힘써왔다.

이 씨는 오랜 방송생활로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타민족에 대한 편파적 보도를 일삼기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방송가에서 ‘개고기 문제’ 등 동양에 대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어머니의 본을 따라 20대 초반까지 화장을 해 본적도 없다는 이 씨는 방송가에 진출하게 된 동기를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8세 때 가족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도착 어린 나이에 갑자기 바뀐 환경과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정서불안 증세까지 얻었으며 80년대 초반 경제불황과 환율파동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한 집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상황에서 어느 날 무작정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중 국내공항을 발견, ‘안될 이유가 없다’는 심정으로 항공사 승무원으로 등록했다가 발탁되어 근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대통령(라울 알폰신) 시행령으로 공무원들과 항공사 직원들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형식으로 일을 하게 되어 모델 일을 병행하게 됐으며 첫 지면 광고가 기모노를 입고 촬영한 인쇄기 광고였다고 설명한 이 씨는 이 후 초콜릿(Bon o Bon) 등 다양한 광고모델로 활동하다 크리스챤 디오르 측의 주선으로 패션모델계에 입문, 리나리치 등의 패션모델로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패션모델과 방송 일을 병행하던 이 씨는 자신의 얼굴을 일본 인형처럼 하얗게, 그리고 눈을 유난히 길게 째진 것처럼 만들어 바보 같은 인형처럼 취급하는 관행에 환멸을 느껴, 잠시 방송 일을 접었었으며 그 과정에서 ‘얄미운 사람(김지애)’ 등 한국노래가 포함된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었다.

“10월 초가 되면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것 같다”는 이 씨는 현재 공중파 방송(주 1회·1시간) 혹은 짧더라도 매일 방영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제 문을 열기 시작했으나 아직 방송 상의 경제적 차별, 그리고 동양인 특유의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동양을 알릴 수 있는 정보 수집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친상을 당해 심적으로 가장 어려웠을 당시 옆에서 위로해 줬던 유럽계 아르헨인과 결혼해 현재 아들을 두고 있는 이 씨는 남편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방송일이 없을 때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가 남편과 아들을 위해 집안일에 열중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북 출신의 부모님 사이에서 1961년 부산에서 출생했으며 1970년 9월 아르헨티나로 이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