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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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 김재수
  • 승인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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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1세대들에게 왜 해외로 이민을 왔느냐고 물으면 보통 한국서 사는 것 보다 더 낳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왔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서 저축한 돈으로 자기 비즈니스를 열고 사업이 번창하면 좋은 동네에 집도사고 자녀도 명문대에 진학시켜 전문직으로 진출시킨다. 그리고 노후에는 저축한 돈과 소유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받고 또 정부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낸다. 이른바 ‘어메리칸드림’이다.

그런데 때로는 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도박이나 술에 빠져서 가정을 파괴하고 심지어 목숨마저 끊는 일도 있다.

지난 4월30일 오렌지카운티에서는 모 신문사 배달 업무를 보던 한인 최모씨가 같이 신문 배달하는 일을 하는 설모씨를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필자는 최씨 가족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최씨는 설씨로부터 돈을 빌렸으나 갚지를 못해 설씨로부터 여러 차례 독촉받자 모멸감을 느껴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설씨를 살해하고 자기 자신도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평소 도박에 빠져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빚 때문에 소송이 자주 들어오자 아내에게 재정적인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협의 이혼했다고 한다. 다행이 최씨는 작은 액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이 보험은 가입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지급되는 사고사 생명보험인데 필자는 최씨가 처음부터 자살을 계획한 것이 아니고 설씨를 살해하고 난 뒤 충동적으로 자기 목숨을 끊은 것이기 때문에 ‘사고’라고 주장하여 사고사 보험혜택을 받아냈다.

그런데 설씨는 최씨가 사망했고 특별한 재산도 남겨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인과도 이혼상태이었기 때문에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가해자 측에 신문배달 용역을 맡겼던 모 신문사는 최씨가 직원이 아니고 따로 신문 배달회사를 설립하여 독립된 개인 비즈니스를 운영했기 때문에 사용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이럴 경우 미국법은 직원이 따로 회사를 설립했나, 하지 않았는가 보다는 사실상 고용관계가 있었는가를 본다. 만일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신문배달 과정에 신문사측이 관여했다면 사실상 고용관계를 인정하여 배상책임을 묻기도 한다.

물론 사고자체가 업무와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증명은 필요하겠지만 왜 자식이 있는 사람이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자기도 목숨을 끊었을까,

도박은 소중한 가정과 자기 인격을 파괴하는 암세포다. 우리 동포사회에서 이 암을 퇴치하는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