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연구 '민류학(民流學)'으로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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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연구 '민류학(民流學)'으로 접근하자"
  • 연합뉴스
  • 승인 2005.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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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향후 재외동포 연구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범주가 아닌 '민류학(民流學)'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서울대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는 27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재외동포 이주의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전 교수는 "고전적인 범주로서 민족이나 국민을 규정하는 혈연이나 언어 등 분명한 경계를 요구하는 구도의 '디아스포라' 논의로부터 객관적일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대에 전개되고 있는 사람들의 흐름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파를 타고 정보가 흐르듯이, 무역로를 통해 물자가 흘러 다니듯이(物流), 사람들도 흘러다니게(民流) 마련"이라며 "그 흐름을 방해해 온 근대국가의 의미는 이제 새롭게 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팔레스타인 외역(外域)에 살면서 유대적 종교 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던 유대인,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말. '이산(離散) 유대인', '이산의 땅'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결국 '이산 한국인'이란 의미가 된다.

   전 교수는 "물류에 의한 문화변동을 외면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를 고려할 때, 민류도 동일한 궤적에서 숙고할 수 있다"며 "그것이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코스모폴리탄의 생활양식일 수 있으며 그것을 연구하는 입장이 민류학"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해외교포, 해외동포, 재외동포 등 다른 용어들이 복잡하게 사용되는 현실에서 '코리안'이라는 용어는 국내외의 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등장한 하나의 잠정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분단과 통일이라는 두 단어가 소거 또는 포기되는 조건들이 조성될 때까지 이 단어를 사용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기조강연에서 "동포 1.5-2세들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진출이 어느 민족보다 빠르다"며 "우리의 의식이 한인들의 사회 상승률을 못 따라가듯 학계에서도 이것을 못 따라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에는 700만 재외동포가 민족자산이라 하면서 이 자산을 관리하고 연구할 연구소 하나 없다"면서 "앞으로 동포를 전담하는 연구소가 필요하고 전문 연구원이 필요하며 특히 재외동포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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