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정 반대 8년여 변함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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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정 반대 8년여 변함없어
  • 재외한인학회장 정치학박사 이종훈
  • 승인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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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동포정책 무엇이 문제인가-③

   
▲ 재외한인학회 회장, 정치학 박사 이종훈
1997년 재외동포기본법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8년이 지났다. 조만간 10년을 맞지만, 이 법 제정에 반대로 일관해온 외교부의 논리와 태도엔 변함이 없다.

외교부의 반대 논리의 핵심은 이렇다. 사실상 외국인인 외국국적동포를 대상으로 한 법을 제정하는 것은 국제관례나 국제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의 이런 반대 논리의 역사는 오래다. 재외동포 사회가 1970년대부터 교민청 설치를 요구할 때도, 이중국적 허용을 요구할 때도 동일한 논리로 대응해왔다.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교민청 설치를 추진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외교부의 반대가 워낙 거센 바람에, 교민청을 포기하고 재외동포재단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절충을 시도했을 때에도 반대는 여전했다. 그런 외교부가 재외동포재단 설립 찬성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외교부의 여권발급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전하면서, 여권과를 축소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였다.

일단 찬성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외교부는 반대 논리를 뒤집어 찬성 논리로 탈바꿈시키는 둔갑술을 부렸다. 재외동포재단의 설립근거가 된 재외동포재단법 2조 2항의 혈통주의에 기초한 재외동포 개념정의도 외교부 스스로 제시한 것이다.

재외동포재단법 2조 2항은 분명한 어조로 ‘국적을 불문하고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자로서, 외국에 거주 생활하는 자’를 법 적용대상으로 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해서, 교민청의 사생아로서, 재외동포재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1997년 제정구 의원 주도로 재외동포기본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외교부는 재외동포재단 설립 추진 초기와 마찬가지 논리를 들어 반대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법무부가 재외동포법 제정을 추진하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이 두 법의 혈통주의에 근거한 재외동포 개념정의를 본격적으로 문제삼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몇 달 전에 제정한 재외동포재단법에서 혈통주의 개념를 당당하게 도입했던 외교부는, 그 사이에 태도를 바꿔 다시 반대하기 시작했다.

재외동포기본법안은 사장되어 버렸고, 법무부는 외교부의 반대 논리를 수용해서, 외교부가 혈통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 이른바 ‘과거국적주의’에 근거한 개념정의를 채택함으로써, 재중동포와 구소련 지역 동포 그리고 일본의 조선적 동포를 재외동포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외교부는 반대로 일관하는 네가티브 정책캠페인으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현 시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청와대다.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가 가졌던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외교부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고,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에도 힘써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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